[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정부가 최근 기름 혼합판매를 허용키로 한 정책이 유사석유판매를 유발시킨다는 사실이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재차 확인됐다.
19일 지식경제부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유사석유제품을 팔다 가장 많이 적발된 주유소는 무폴 주유소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올 1~7월 상표별 유사석유제품 단속 결과 적발률이 SK에너지 1.17%, GS칼텍스1.19%,
S-Oil(010950) 2.10%, 현대오일뱅크 1.16%, 비(非)상표 5.63%씩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률이란 검사한 전체 주유소 가운데 비정상 제품 취급이 적발된 주유소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지난해도 SK에너지(1.33%), GS칼텍스(1.09%), S-Oil(2.10%), 현대오일뱅크(1.26%), 비상표(5.39%)로 올해와 비슷한 양상이었다.
기름값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무색할만큼 브랜드를 내건 주유소보다 브랜드를 걸지않은 주유소의 유사석유 제품 판매가 많았던 것이다.
그만큼 품질 관리가 안돼 있다는 것으로, 무폴 주유소들이 공동브랜드로 제품을 팔아도 품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정영희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올 6월말까지 886개 자가폴 주유소 가운데 품질보증을 받은 자가폴 주유소는 고작 6곳에 불과한 실정인 반면 상반기 자가풀 주유소 가운데 12.7%가 유사석유를 팔다 적발됐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또 "자가폴 주유소 확대, 주유소의 혼합판매 허용을 위해 주유소와 정유사간의 거래약관 개정이 시급하다"며 "정유사의 횡포 우려도 존재하기에 주유소와 정유사 간 거래 약관 개절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유사석유 판매를 근절하겠다고 하지만 혼합석유 허용방침과 상충된다는 것이 더욱 명확해 진 것이다.
당초 정부는 혼합판매 허용을 통해 정유사에 대해 주유소가 일방적으로 예속되는 구조를 완화시켜 정유사 간 가격 인하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였다.
또 정부는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촉진 대책'을 통한 석유공동구매 등 자가폴주유소 협의회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혼합판매를 할 경우 유사제품 판매가 확산될 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확인할 수 없어 제품의 질이 저하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제품을 혼합판매할 경우 책임선이 모호해져 가격 낮추는 데만 신경쓰고 질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자가폴주유소 협의회 관계자는 "올 가을부터 자가폴 주유소 브랜드가 생기는 만큼 이전과 달리 소비자들에게 싼 가격에 같은 품질의 기름을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 품질 개선에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브랜드만 찾는 소비자 인식도 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경부는 지난 2009년 기준으로 지난해 실시한 정책연구용역 결과, 유사 휘발유와 경유 제품은 2009년 한해 이들 제품 전체 유통량 2995만3063㎘의 20.0%에 달하는 593만5363㎘였다고 설명했다.
이 중 유사 경유가 534만3275㎘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유사 휘발유는 59만2088㎘로 추정됐다.
지경부 관계자는 "유사 경유로 인한 탈루액은 1조1224억원, 유사 휘발유에 따른 탈루액은 5312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연간 석유관련 세수인 27조원의 6.0% 가량에 해당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