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카드사들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이 결국 서민가계의 부실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카드사들의 교묘한 마케팅 기법이 고객들의 경계심을 무너뜨리면서 고금리의 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 등을 이용하도록 유도한다는 것. 이와 같은 마케팅을 위해 카드사들이 지출하고 있는 비용도 최근 크게 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줄곧 감소했던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지난해 상반기 40조원에서 올 상반기 41조1000억원으로 1조원 이상 늘었다.
카드론 역시 지난해 상반기 10조9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12조5000억원으로 1조6000억원 증가했다.
대출과 함께 연체율도 높아져, 서민가계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월말 현재 6개 전업카드사 연체율은 1.74%로 지난해 말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카드사들은 고객들의 빚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카드사용을 독려하는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2조5766억원이던 카드사들의 마케팅비용은 2009년 2조8216억원에서 2010년 3조6805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만 2조2375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는 등 올해는 무려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카드사들의 마케팅 기법이 진화하면서 대출서비스가 마치 혜택인 것처럼 선전, 고객들이 ‘빚’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리볼빙 서비스(사용액 일부를 결제, 나머지는 나눠 갚는 방식)가 대표적인 예다.
카드사들은 리볼빙 서비스의 비싼 수수료에 대한 설명은 살짝 빼놓은 채 결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만 부각시켜 고객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
카드사에서는 문자, 이메일 등을 통해 '평소처럼 결제하시다가 혹시 통장에 미처 결제금을 넣어두지 못했을 때는 최소금액만 결제해도 연체가 되지 않도록 해드리고 있습니다'라는 글귀를 고객에게 보내고 있다.
리볼빙을 마치 우량고객을 위한 특별 혜택인 듯 광고하며 수수료에 대한 얘기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카드사들의 과당 경쟁이 가계빚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고금리의 수수료를 뒤로한 채 리볼빙 혜택만 강조하다보니 당장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이 같은 카드사들의 부적절한 마케팅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쪽에서도 지난 7월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카드발급 수, 대출 규모, 마케팅 비용에 대한 제재조치를 취한 상태"라며 "하반기에는 대출규모나 마케팅 비용이 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