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③) 정부와 제도가 우리 이륜차 죽인다

정부부처 무지와 개선의지 부족..이륜차는 신경 안쓴다?

입력 : 2011-09-26 오후 5:42:51
[뉴스토마토 안후중기자] 자전거만 탈 줄 알면 금방 배우는 손쉬운 운전방법과 저렴한 가격. 게다가 유지비도 적어 생활공간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50cc 스쿠터.
 
우리나라 도로와 골목골목을 누비는 50cc 스쿠터는 무려 50만대에 이른다.
 
이 작은 스쿠터를 몰기 위해서도 면허증은 반드시 필요하다. 자동차 면허 종류에 상관없이 자동차 운전면허만 있다면 125cc 까지의 이륜차를 몰 수 있도록 돼 있는 것.
 
◇ 이륜차와 자동차 운전자 모두 이륜차 교통교육 절실
 
하지만 자동차 운전과 이륜차 운전은 그 모양만큼이나 다른 점이 있고, 사고를 막고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한 별도의 안전교육이 필요하다.
 
2륜 소형 면허를 통해 이륜차 운행 교육을 받은 이들을 제외하고 일반 자동차 면허만 가지고 있는 이륜차 운전자들이 특히 사고에 무차별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는 이륜차의 특성을 알아야 이륜차를 보호할 수 있고, 이륜차 운전자는 자동차와 함께 달리는 도로에서 사고방지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이 있는데 이를 모르고 운전하다가는 언젠가는 위험한 순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교육에는 자동차와 이륜차 모두 이륜차 안전운행 교육이 필수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2종 소형면허 취득을 위한 학원을 제외하고는 법적으로 125cc 까지 이륜차를 몰 수 있는 기존 자동차 운전자들을 위한 교육장은 국내에서 단 한 곳 뿐이다.
 
그나마 정부와 자치단체의 지원은 일체 없이 대림자동차가 운영하는 곳이 유일하다. 이곳에서 지난 5년간 교육받은 인원은 1만2000명이나 되지만 전체 운전자 숫자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일반 자동차는 이륜차를 모르고, 이륜차는 일반 자동차를 모르니 공로 상에서 서로가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이륜차 활성화 막는 통행제한..차별화된 정책 도입 필요
 
반면 2종 소형면허를 취득하고 부족한 교육인프라 속에서도 각종 소규모 민간 교육프로그램을 거쳐 이륜차를 모는 베테랑 이륜차 운전자들에게는 달릴 수 없는 도로가 너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이륜차는 자동차이면서도 고속도로뿐 아니라 자동차 전용도로와 고가도로 등 통행이 금지된 곳이 수두룩하다.
 
한 이륜차 이용자는 "이륜차가 운행 못하는 도로가 많고, 대부분의 도로가 자동차 전용의 간선도로 중심으로 연결돼 있는데도 돌아가는 대안(길)이 변변치 않은 경우가 많아 교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잃게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국내 이륜차를 대부분 생산하는 창원으로 들어가는 주요 길목인 창원터널도 이륜차가 이용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인근 장유 등 주요 신도시에 거주하는 근로자들이 이륜차를 생산하면서도 평상시 출퇴근에 이륜차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민원이 제기된지도 수년이 지났지만 당국은 요지부동이다.
 
관계기관과 지자체에서는 이륜차의 안전성을 문제삼으며 도로 운행제한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유럽과 일본 등 교통선진국에서는 고배기량의 주행용 이륜차의 도로 운행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사고율도 우려처럼 자동차에 비해 높지 않다.
 
막연한 우려와 이륜차를 이용해본 적이 없는 공무원들의 무지(無知)가 이륜차 통행을 제한하고, 이는 이륜차를 외면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해 이들의 무지가 이륜차 산업을 죽이고 있는 상황인 것.
 
◇ 이륜차 "적당히 사용하고, 그냥 버리세요!"
 
현재 50cc 이상 이륜차를 구입하면 즉시 관할 구청·읍·면 사무소에 사용신고를 해야한다. 이 규정은 올 11월부터 강화돼 50cc 미만 이륜차라도 시속 25km 이상 달릴 수 있다면 모두 등록하도록 바뀔 예정이다.
 
하지만 사용신고를 하지 않고 운행하는 이륜차도 즐비한데다 중간 검사제도도 없고 심지어 폐차제도도 없어서 등록된 이륜차라도 말소등록만 하면 아무데다 버려도 제제할 방법이 없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제도적인 헛점이 무단으로 버려진 이륜차로 인한 환경오염과 무등록 이륜차를 이용한 범죄악용 등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이륜차 관련 보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륜차를 등록할 때 책임보험은 필수적으로 가입하도록 돼 있어 보통 대부분의 이륜차가 책임보험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등록 이륜차의 27%만 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다.
 
한번 가입한 후 매년 갱신하는 자동차와 달리 갱신시 책임보험 재가입율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종합보험은 더욱 가입률이 떨어져 불과 5%로 스무대의 이륜차 중 한대만 가입돼 있다.
 
보험사들이 사고와 손해율을 과대 평가해 가입을 꺼리거나 보험료도 차량가격에 비해 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가입제도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사고라도 나면 대책이 없다.
 
이륜차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면 국내 이륜차의 사고율은 너무 과다하게 부풀려져 있다"며 "보험 가입율을 끌어올리고 보험가입 비용도 낮추고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개선의지 없는 정부가 이륜차 산업 고사시키는 중
 
많은 해외 이륜차 선진국에서 잘 갖춰진 제도를 통해 자동차와의 공생과 산업 활성화를 지원하고 안전운행을 확보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 있어 이륜차 정책은 최악의 후진국 수준으로 매년 후퇴만 거듭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륜차를 우리 생활에 끌어안기 위한 개선의지는 정부 관계자들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최근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국토해양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경찰청 등 관련 부서가 이륜차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개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했지만 일부 조사와 그 결과에 대한 보고이후 구체적인 움직임은 전혀 없는 상태다.
  
결국 우리 이륜차 산업은 정부의 각종 규제의 장벽에 갇히고, 사회의 무관심 속에 최악의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
 
김필수 교수는 "이미 수년 전에 관련부처에서 각종 문제점을 알고 정책보고서까지 준비했지만 그 후속 조치가 없다는 것이 더욱 심각하다"며 " 이륜차 분야의 선진화는 서서히 진행하기보다는 당장 우리 앞에 놓여진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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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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