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여가부, 여성인권보다 '게임심의'가 더 중요한가

입력 : 2011-09-28 오후 2:57:17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여성가족부는 최근 구시대적인 음반 심의기준으로 곤욕을 치렀다.
 
여가부 산하 음반심의위원회는 청소년들의 음주와 흡연을 유도한다며, 노래 가사 속에 ‘술’, ‘담배’ 등의 단어가 들어간 경우 ‘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 조치는 시대착오적이고 과거 가요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거센 비난여론을 불러 일으켰다.
 
여가부 인터넷 홈페이지는 항의성 방문으로 다운됐었고, 여가부 폐지를 요구하는 콘서트까지 기획되기도 했다.
 
'예술의 판단 잣대는 성경'이라고 주장했던 음반심의위원장이 사퇴하고, 여가부는 음반심의위원회에 음악 관계자들을 포함시키는 등의 대책을 내놓으며 여가부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었다.
 
그런데 여가부가 음반심의에 이어 게임 심의에 대해서도 '욕심'을 드러내면서 다시 비난여론에 부딪히고 있다
 
여가부가 밝힌 ‘셧다운제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여가부 산하에 평가자문위원회를 두고 게임 중독성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이것이 사실상 게임을 심의하는 산하기관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밤 12시 이후 강제로 차단하는 제도다.
 
여가부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셧다운제'를 명시만 하고, 실제 규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맡기로 합의했었다.
 
게임물 중독 평가자문위원회 설치추진은 이러한 정부간 합의도 깨는 것이다.
 
'셧다운제'는 태국과 베트남, 중국 등 비슷한 제도를 먼저 시행한 국가에서 게임 과몰입 예방 효과가 없는 것이 증명됐고, 청소년 인권침해, 국내 기업만 역차별적으로 적용되는 등 득보다 실이 많은 제도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터넷 세대들은 '셧다운제'를 '비전문적인 탁상행정'으로 보고 있다.
 
여가부 홈페이지에는 아직도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글들이 종종 올라온다.
 
네티즌들은 성상납 의혹으로 희생된 장자연씨, 현대차 공장에서 성희롱을 당하고도 해고당한 비정규직 여성,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 성적 고민으로 자살하는 청소년 등에 대해 이렇다할 대책을 내지 못하는 여가부를 비난한다.
 
이들에게 비친 여가부는 거대한 권력과 자본, 시스템 앞에서는 몸을 낮추고, 만만한 대중가수와 작곡가, 게임사 앞에서는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이다.
 
청소년과 여성인권 보호보다 업무영역 확대에 더 몰두하는 게 아니냐는 세간의 지적을 여가부가 귀담아듣기를 바란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