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금융위기)유럽만 아니다..중국은 숨겨진 '폭탄'

입력 : 2011-09-29 오전 10:41:18
[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유럽 재정위기가 고조되면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9%대 눈부신 성장을 기록해 온 중국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금융시장 사정이 악화되면서, '없어서 못사던' 딤섬펀드 시장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자금경색에 빠진 중국 은행들은 돈줄 찾기에 나섰다.
 
고물가와 부동산 시장 부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이 금융시장마저 불안감에 싸일 경우, 더블딥 위기의 글로벌 경제와 시장은 악재를 하나 추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中 딤섬본드 시장도 유럽사태 희생양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투자자들은 홍콩에서 발행된 위안화 표시채권인 딤섬본드를 파는 대신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
 
위안화 강세에 베팅했던 헤지펀드들도 앞다퉈 딤섬본드를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위안화 가치를 추종하는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해왔지만, 최근 딤섬본드 시장 악화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자 결국 딤섬본드를 청산하고 있다.
 
딤섬본드는 그간 위안화 절상과 국제화에 대한 기대감, 상대적으로 낮은 조달비용으로 기업들에게 큰 인기를 누려왔다.
 
그러나 최근 딤섬본드의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기업들은 딤섬본드 발행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 산하 투자회사인 카자나내셔널은 투자자를 찾기 어렵게 되자 딤섬본드 발행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로드킹 인프라스트럭처는 지난 2월 13억위안 규모의 딤섬본드를 6% 금리로 발행했지만 현재 금리는 13~15%로 뛰었다.
 
중국 정부가 발행하는 딤섬본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중국 정부가 발행한 3년물 딤섬본드 금리는 발행 당시 초저금리 수준인 0.6%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0.85%까지 올랐다.
 
그간 중국 정부는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딤섬본드 발행을 장려해왔다. 최근에는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중국 은행들도 대거 딤섬본드 시장에 뛰어들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HSBC는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신규 딤섬본드를 1800~2300억위안 규모로 발행했다.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은 향후 9개월간 110억달러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할 계획인데, 이 중 상당부분을 딤섬본드시장에서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中 은행, 자금 확보 비상..부실채권 메우기
 
공상은행 뿐만 아니라 중국 대부분 은행들의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당국이 부실채권으로 인한 은행들의 자본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
 
상하이푸동발전은행은 지난 28일부터 이틀에 걸쳐 15년 만기 후순위채권을 통해 184억위안을, 건설은행도 2년내에 800억위안을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시중은행들은 18조위안을 대출했고, 이돈의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유입되면서 거품 붕괴로 인한 부실채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앤드루 콜크호운 피치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는 "단기적으로 볼 때 중국에 가장 큰 리스크는 은행"이라며 "부실 대출이 늘어나면 중국을 넘어 세계 전체로 위험성이 확산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피치는 지난 4월 중국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지만 전망은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 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젤Ⅲ가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는데, 중국 정부가 자국 은행들에 대한 자본 건전성 우려를 없애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올해 들어서만 지급준비율을 여섯 차례나 올려, 현재는 사상 최고수준인 21.5%에 달하고 있다. 시중은행에 대한 자기자본비율은 11.8%까지 올리라고 지시한 상태다.
 
우 샤오링 인민은행 전 부행장은 지난달 "바젤Ⅲ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중국 은행들은 앞으로 5년 동안 5000억위안을 조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 중국 부동산 부실채권, 얼마나 위험하기에..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간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1%에 해당하는 10조7000억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의 재정위기가 지방정부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위기론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방정부에 대해 2012년에는 17%, 2013년까지는 부채를 전액 상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최근 중국은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자금줄인 신탁회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등 부동산 억제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이같은 억제책으로 중국 1~2위 개발업체 차이나반케와 폴리부동산은 지난달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와 12% 감소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7일 중국 부동산 개발업자들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고 밝혔다. S&P는 2012년 중국 전역에서 부동산 판매량은 10%가량 줄어들면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심각한 자금조달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중국 은행이 보유한 부실 채권 비율이 현재 1%가량에 머물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가 하강하면 8~12%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중국 경제 복병, '물가' 또 들썩..위안화 절상 문제도 수면위
 
중추절이 지나면서 안정되는 듯 하던 중국 물가가 다음달 1일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상무부에 따르면, 최근 채소 18종류의 평균가격이 일주일 만에 4.2% 올라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돼지고기 등 육류가격도 중주절 이후 보였던 하락폭을 다시 줄이면서 상승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물가관리를 위해 꺼내든 카드 중 하나는 '위안화 절상'이다. 인민은행은 28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0137위안 내린 달러당 6.3623위안으로 고시하면서, 2005년 환율 개혁 이후 최저수준까지 낮췄다.
 
다리우스 코월치크 크레딧아그리콜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절상은 인플레이션 압박을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같은 중국정부의 움직임에도 미국은 위안화 절상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상원은 의원들이 환율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 상무부가 중국처럼 환율이 저평가된 국가의 수입품에 특별 관세를 부과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환율 법안은 미국 상하원이 모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국의 수출 전선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8월 중국의 무역흑자는 여섯달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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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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