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으로 우뚝서다!)한국 대표 종합예술산업 발돋움

(집중기획)④해외선 게임과 영화 장르 구분 약해져
미술·음악·스토리 등 예술가들 국내 온라인 게임 참여

입력 : 2011-09-29 오후 5:05:43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ILM은 ‘스타워즈’를 제작한 조지 루카스 감독이 특수효과를 만들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아바타’, ‘아이언맨’ 시리즈, ‘트랜스포머’ 시리즈 중 헐리우드 대작 영화의 CG를 ILM이 제작했다.
 
이승훈 ILM 기술 수석 감독도 이 같은 유명 영화들의 CG제작에 참여했다.
 
특히 이 감독이 ‘아바타’에서 우주선과 스치는 나뭇잎들을 표현한 작업은, ILM 내부에서도 혁신적인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감독은 이어 올해 미국에서 게임 그래픽 전문 학교 GALA(Game Academy of Los Angeles) 설립에 참여했다.
 
이 감독은 “CG전문가가 만든 작품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움직이게 하면 게임이 되고, 장면으로 등장하게 되면 영화가 된다”며 “미국에서 영화CG 경력과 게임CG 경력은 구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CG가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은 CG전문가들이 게임과 영화를 오가고 있다.
 
예를 들어 CG전문가가 ‘사람’모습을 잘 그린다면, 그 전문가의 능력이 필요한 게임 제작사와 영화 제작사 양쪽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감독은 “ILM의 크리쳐(괴물) 전문 제작팀 3명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번지 스튜디오로 옮겨 콘솔용 인기 1인칭 슈팅(FPS) 게임 ‘헤일로’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게임이 예술로 분류되는 해외 사례
 
게임 역사가 반세기를 넘은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게임이 종합 예술 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내년 3월부터 9월까지 ‘비디오게임의 예술’이라는 제목으로 특별 전시회를 연다.
 
세계 최고 박물관이 게임을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작품으로 인정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 상품도 만들어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블리자드사의 온라인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를 검색하면, 게임뿐 아니라 소설, 캐릭터 인형, 각종 PC 주변 기기들이 다수 검색된다.
 
또 ‘WOW’ 영화판 감독으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감독한 셈 레이미가 내정됐다.
 
일본에서도 많은 예술가들이 게임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독특한 그림체로 유명한 디자이너 아마노 요시타카는 ‘스퀘어 에닉스’의 인기 게임 시리즈 ‘파이널 판타지’ 일러스트를 그리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유명 작곡가 칸노 요코도 데뷔 초기 일본 게임사 ‘코에이’에서 음악 작업을 했고, 최근에는 웹젠(069080)의 ‘C9’ 일본 서비스에 참여했다.
 
◇ 온라인 게임, 국내 천대 불구 예술로 성장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예술가들이 온라인 게임 제작에 참여하면서, 국내 온라인 게임 산업은 종합예술 산업으로 탈바꿈했다.
  
엔씨소프트(036570)의 온라인RPG ‘리니지2’는 2003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리니지2’는 출시 당시 온라인 게임 중 가장 아름다운 그래픽으로 화제가 됐었다.
 
내년이면 ‘리니지2’ 서비스가 10년째를 맞이하지만, 신작 게임들에 비해서도 그래픽이 많이 뒤떨어지지는 않는다.
 
‘리니지2’의 아름다운 영상에는 엔씨 아트팀의 노력 덕분이다.
 
‘리니지2’ 개발실의 리드 아티스트 정인영 엔씨 차장은 “엔씨 아트팀은 게임에 나오는 그래픽 리소스와 동영상 연출 등 시각적인 모든 요소를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정 차장은 “게임은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 과정으로, 게임의 기획 의도, 현재 기술로 가능 여부, 게임 용량 등 제한이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어서 “어려움 속에서도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며 “전문가로서 자신이 만든 게임을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따라와 주면 게임은 예술의 영역에 오른다”고 말했다.
 
엔씨는 개발인력 1000명 중 과반수 이상인 600명 정도가 그래픽 관련 아트 직군이다.
 
또 음악 등 사운드 전담 팀도 엔씨 내부에 존재한다.
 
아트 직군은 미술 전공자 뿐 아니라, 미술에 관심과 재능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열려있다.
 
국내 전체 게임사 숫자를 고려하면, 게임사들은 미술, 만화, 디자인 전공자들에게 많은 취업기회를 주고 있다.
 
또 국내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게임 제작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엠게임(058630)은 무술감독인 정두홍씨가 ‘발리언트’ 제작에 참여했고, 작곡가 ‘신사동 호랭이‘가 ‘리듬 앤 파라다이스’에서 음악을 작곡했다.
 
‘룬의 아이들’을 쓴 작가 전미희씨는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스토리를 담당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스토리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메이플스토리’ 만화책, 학습지 등을 선보이고 있다.
 
영상, 음악, 스토리 등이 다 들어있는 온라인 게임은 제작 규모도 커지고 있다.
 
게임업계는 국내에서 온라인 게임이 영화와 같은 종합예술로 받아들여 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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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