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발 유럽 재정 위기 확산 공포가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기존의 Aa2에서 'A2'로 세 단계 강등한 가운데, 신용등급이 'Aaa' 이하인 유로존 국가들에 대해 추가 등급 하향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
이탈리아 정부는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예상됐던 일"이라며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지만, 이 소식이 나온 뒤 개장된 아시아 주요증시는 일제히 하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 무디스, 이탈리아 강등 이어 Aaa이하 국가도 경고
이탈리아는 유로존 국가 중 3위의 경제대국이다. 무디스가 제시한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A2는 소규모 경제 국가인 에스토니아와 한국의 신용등급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무디스는 "이탈리아 정부의 노력에도 여전히 부채수준이 높아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경제 성장도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하며, 향후 추가 강등도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 최고등급인 'Aaa' 이하인 유로존 국가들에 대해 추가 등급 강등을 경고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일시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만큼 재정 불량국들의 경우 국채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무디스로부터 'Aaa' 등급 평가를 받고 있는 유로존 국가는 오스트리아, 핀란드, 프랑스, 독일,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뿐이어서 이탈리아를 시발점으로 한 유로존 재정위기 확산 우려는 가중되고 있다.
◇ 이탈리아 공공부채, 그리스 다음으로 높아..추가 긴축 시행이 급선무
이탈리아는 그간 다른 남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이번 재정위기의 진원지로 지목되지 않았다. 유로지역내 산업 경쟁력과 금융부실, 유동성 부족, 해외자본의 갑작스러운 이탈 등에서 다른 남유럽 국가에 비해 비교적 유리한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에 이어 무디스까지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이탈리아 문제는 유로존 위기에 새로운 복병으로 떠올랐다.
이탈리아의 재정적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3%로 양호한 편이지만, 공공부채 규모는 GDP 대비 118.2%인 1조9000억유로로 그리스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탈리아는 올해 말까지 1113억유로 규모의 국채를 매각하거나 만기 연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오는 14일 71억5000만유로의 국채만기가 도래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추가 긴축 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긴축 재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탈리아가 노동과 서비스 시장 규제를 등을 풀어 잠재 성장률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같은 시도는 반대 세력에 막혀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S&P는 “이탈리아의 취약한 연정과 의회 내 정책분열 등이 대내외 거시경제 환경에 확고히 대응하는 정부 능력을 계속 제한할 것”이라며 추가 긴축책이 힘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탈리아 정부가 내놓은 600억유로 절감도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가 재정을 유지할만한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탈리아공업총연합은, 내년 이탈리아 경제성장 전망을 기존의 1.3%에서 0.6%로 하향조정했다.
이탈리아 재무부도 올해 이탈리아의 성장률을 기존에 제시했던 1.1%에서 0.7%로, 내년엔 1.3%에서 0.6%로 낮춰잡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는 0.6%, 내년엔 0.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후 "이탈리아가 제로 성장을 하더라도 균형재정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반 바튼버그 루이스캐피탈 증시담당 헤드는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이탈리아의 등급 강등은 지금 상황에서 전혀 도움될 게 없다"며 "이탈리아 정치권의 추가 긴축 시행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