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이달 들어 폴리실리콘 가격이 40달러대로 급락하면서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단가와 화력 발전 단가가 동일해지는 그리드 패리티 시대가 내년으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경기악화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긍정적 소식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7일 웅진폴리실리콘에 따르면 5일 현재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44달러다. 지난 4월 78달러와 비교하면 43% 폭락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4월 최고점을 찍은 뒤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폴리실리콘뿐만 아니라 태양전지 모듈 가격도 대폭 떨어졌다. 신한금융투자 자료에 따르면 모듈 가격은 지난 3월 와트당 1.6달러에서 9월 현재 1.15달러로 28%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연말에 1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폴리실리콘과 모듈 가격이 폭락한 이유는 상반기 그리스 발 유럽 재정위기와 공급 과잉 등이 겹친 때문이다. 여기에 하반기 세계 경제위기가 점점 악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에 민감한 태양광 산업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업황 악화에 따른 부진이 오히려 그리드 패리티 달성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태양전지 모듈은 1달러, 폴리실리콘은 40달러 초반이 되면 그리드 패리티가 달성된다고 보는데, 지금이 이와 가장 근접한 수준이다. 태양전지 모듈은 10%, 폴리실리콘은 9%씩만 내리면 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그리드 패리티 시대의 개막은 내년 하반기쯤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조량이 좋은 지역에서는 이미 그리드 패리티가 왔다”며 “내년 정도면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한 국가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2월까지는 폴리실리콘과 모듈 가격이 하락하겠지만, 오히려 설치비 부담이 줄면서 수요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응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태양광 업체들이 신규 증설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초까지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부터 태양광 시장의 수요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리드 패러티의 도래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형성된 가격은 원가절감에 따른 게 아니라 경기 불황의 결과라는 이유에서다.
태양광 산업이 호황을 구가하던 2008년 이전까지는 수요와 공급이 원활해 기술개발을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였다.
이와 반대로 지금은 선순환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발전사업자는 저렴한 가격의 모듈을 공급받아 경쟁력을 확보한 반면 이전 단계인 폴리실리콘, 웨이퍼, 태양전지와 모듈 등 제조사들은 수익 악화로 속속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조상민 에너지경제연구원 책임 연구원은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태양광 업체들의 기술개발 유인이 줄고, 단가 하락 속도도 늦춰지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현상”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