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은혜기자] 8월의 증시 급락사태 이후 코스닥 상장사들이 주가 방어를 위해 이익 소각이란 최후의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이익 소각이란 당기에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하는 대신 주식을 소각해 간접적으로 이득을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해당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이고 나서 이를 다시 소각하면 주식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익소각이라는 것이 일시적인 방편이기 때문에 상품개발, 실적개선을 통한 여타 주가 부양책들에 비해 부정적인 이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주당순이익(EPS)이 늘어나는 등 기대 효과도 있어 기업 나름대로 투자자들을 위한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이익소각 결정 공시를 낸 기업은 총 4개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의료 정밀 기기 제조업체
넥스트아이(137940)는 지난 4일 총 10억원 규모의 보통주 23만주를 주식시장에서 직접 취득한 후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한 이익소각이라고 그 배경을 밝혔다.
넥스트아이의 주가는 이날 8% 하락했지만 하루 만에 반등하며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업황 부진에 시달리던
OCI(010060)도 이익소각 결정에 동참했다. 태양광 시장 업황 불안과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52주 최저가를 기록하며 풀썩 주저앉았었던 OCI가 고심 끝에 해결 책을 모색한 것.
OCI는 총 888억원 규모의 보통주 40만주를 주식시장에서 직접 취득한 후 소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OCI 전체 발행주식수의 1.64%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익 소각 결정 이후 OCI의 주가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가정용품 도매업체
윌비스(008600)도 지난달 20일 1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 매수한 후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공시 후 주가는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타기도 했지만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상승세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반면, 코스닥시장의 교육 서비스 업체
정상제이엘에스(040420)는 전체 발행주식의 1.36%에 해당하는 보통주 22만주를 이익 소각 한다고 공시했지만 주가는 약발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익소각 공시 후 주가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현재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조성준
NH투자증권(016420) 연구원은 “이익소각을 할 정도의 기업이라면 어느 정도 펀더맨털(내재가치)이 튼실하다는 것”이라며 “요즘 시장이 너무 많이 빠진 상황에서 실적 자신감이 있는 기업들은 주가 방어 측면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기업들은 주가 부양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긴 하는데, 보통 상장사들은 이익소각을 하지 않는다”며 “고용창출, 상품개발, 실적개선 등의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이익소각은 눈감고 아웅하는 식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즉, 이익소각 결정 외에는 기업이 살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돼 기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과연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이익소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가늘고 짧은 것 보다는 가늘고 길게 가는 편이 낫지 않냐”며 한마디로 정리했다.
이상적으로는 이익소각을 하는 것 보다는 그 돈으로 투자를 해서 성장성을 도모하는 방법이 정석일 수 있지만 주가 부양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순한 행태보다는 오히려 낫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같은 장세에서 이익소각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긍정적으로 반영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익소각 효과는 길게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해당기업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성장성과 수익성을 끌어올릴 만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