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1만원 놓고 서민끼리 싸움 붙이는 정부

입력 : 2011-10-11 오후 3:53:26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금융위원회가 1만원 이하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고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말이 많다. 식당, 커피숍, 택시, 이미용실, 편의점 등 서민들이 늘상 이용하는 업소에서 '1만원 카드 결제'를 놓고 앞으로 실랑이가 벌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금융위의 '1만원 이하 카드 결제거부' 허용의 명목은 '서민 부담 완화'다. 카드사들은 백화점, 대형 마트에는 1.5% 정도의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면서 음식점, 미용실 등 중소형 자영업자들에게는 2.7%의 수수료율을 적용해 왔다. 1만 원치 물건을 팔아도 270원을 카드사에 줘야하는 자영업자를 고려해 현금 결제를 유도하겠다는 뜻이었다.
 
고객 입장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5000원 짜리 스타킹, 2500원 정도의 담배를 거스름돈 없이 편히 사 왔는데 이제부터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동안 1만원 이하 신용카드 결제액수는 전체 카드사용액의 3%를 조금 넘지만 결제 건수는 45%(3억2000만건)에 이른다. 소액결제가 일상화됐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수수료를 과다하게 떼이는 생계형 자영업자에게 계속 부담을 떠안길 수도 없다. 결국 만 원 이하는 거절하는 가게 주인과 카드 계산을 하겠다고 나서는 손님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서민끼리' 싸우는 꼴이다.
 
해법이 잘못 됐다. 카드사가 중소형 가입자에 대한 수수료율을 지금보다 1%포인트 이상 낮추거나 1만 원 이하는 아예 수수료를 받지 못하도록 바꿔야 한다. 오죽했으면 여당 중진인 정두언 의원 조차 "왜 카드업계가 전혀 부담을 안지느냐? 카드업계가 경영진의 연봉 삭감 등 자구책을 강구한다는 얘기를 못 들어봤다"고 말했을까?
 
때마침 '탐욕스런 금융 자본, 반대'를 외치며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됐던 시위가 유럽을 넘어 15일 서울 여의도에서도 열린다. 키코 사태, 은행 이자부담, 저축은행 영업정지 등으로 민심은 금융권 전체에 대해 폭발 직전이다.
 
이 와중에 카드사는 그냥 둔 채 서민끼리 싸움 붙이는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의 공복(公僕)인가 카드사 이익의 대변자인가?
 
"금융환경을 편리하게 가꾸어 국민의 금융생활을 돕겠습니다"라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홈페이지 인사말이, 한없이 공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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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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