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금융위원회가 1만원 이하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고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말이 많다. 식당, 커피숍, 택시, 이미용실, 편의점 등 서민들이 늘상 이용하는 업소에서 '1만원 카드 결제'를 놓고 앞으로 실랑이가 벌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금융위의 '1만원 이하 카드 결제거부' 허용의 명목은 '서민 부담 완화'다. 카드사들은 백화점, 대형 마트에는 1.5% 정도의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면서 음식점, 미용실 등 중소형 자영업자들에게는 2.7%의 수수료율을 적용해 왔다. 1만 원치 물건을 팔아도 270원을 카드사에 줘야하는 자영업자를 고려해 현금 결제를 유도하겠다는 뜻이었다.
고객 입장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5000원 짜리 스타킹, 2500원 정도의 담배를 거스름돈 없이 편히 사 왔는데 이제부터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동안 1만원 이하 신용카드 결제액수는 전체 카드사용액의 3%를 조금 넘지만 결제 건수는 45%(3억2000만건)에 이른다. 소액결제가 일상화됐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수수료를 과다하게 떼이는 생계형 자영업자에게 계속 부담을 떠안길 수도 없다. 결국 만 원 이하는 거절하는 가게 주인과 카드 계산을 하겠다고 나서는 손님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서민끼리' 싸우는 꼴이다.
해법이 잘못 됐다. 카드사가 중소형 가입자에 대한 수수료율을 지금보다 1%포인트 이상 낮추거나 1만 원 이하는 아예 수수료를 받지 못하도록 바꿔야 한다. 오죽했으면 여당 중진인 정두언 의원 조차 "왜 카드업계가 전혀 부담을 안지느냐? 카드업계가 경영진의 연봉 삭감 등 자구책을 강구한다는 얘기를 못 들어봤다"고 말했을
까?
때마침 '탐욕스런 금융 자본, 반대'를 외치며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됐던 시위가 유럽을 넘어 15일 서울 여의도에서도 열린다. 키코 사태, 은행 이자부담, 저축은행 영업정지 등으로 민심은 금융권 전체에 대해 폭발 직전이다.
이 와중에 카드사는 그냥 둔 채 서민끼리 싸움 붙이는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의 공복(公僕)인가 카드사 이익의 대변자인가?
"금융환경을 편리하게 가꾸어 국민의 금융생활을 돕겠습니다"라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홈페이지 인사말이, 한없이 공허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