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지기자] 슬로바키아 의회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안을 승인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 투자자들은 일단 안도했다.
슬로바키아 의회는 13일(현지시간) 지난 11일 부결된 바 있는 EFSF 확대안을 찬성 114표, 반대 30표, 기권 3표로 통과시켰다.
슬로바키아 의회 승인으로 EFSF안의 대출 규모는 기존 2005억유로에서 4400억유로로 확대됐고 보증 규모도 4400억유로에서 7800억유로로 늘어났다. 기금의 직접적인 국채 매입, 위기국에 대한 직접대출, 은행 자본 확충 지원이 가능해졌다.
다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EFSF 확대안 통과가 유로존 위기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유로존 위기 해결을 위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의 불안한 정치 상황이 앞으로도 유로존 위기 대응에 있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확대된 EFSF의 기금규모 역시 유로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유럽은행 자본 확충의 구체적인 방안과 민간 채권단이 부담 규모 등의 논의도 남아있다.
◇ 유로존 힘겨루기 '본격화'
EFSF 확대 법안의 구체적인 활용 방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 예로 은행 자본 확충안와 민간 손실 분담을 놓고 독일과 프랑스가 대립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독일과 뜻을 함께 하고 있고 남유럽 국가들과 유럽중앙은행(ECB)은 프랑스와 같은 의견이다.
국가 부채 상황이 좋지 않은 프랑스는 확대된 ESFS를 통해 은행 자본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독일은 "EFSF 사용은 최후의 보루"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또 프랑스가 EFSF의 국채매입에 한도를 두지 않아야 한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독일은 국가별로 매입 한도와 시간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민간 채권단의 추가 손실 분담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 채무를 21% 삭감하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7개국은 "지속가능하고 민주적인 방법은 민간 부문 참여 뿐"이라며 민간 채권단의 추가적인 채무 부담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프랑스와 ECB는 민간 채권단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는 시장 불확실성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 유로존 17개국 의회 통과..끝이 아니다
주요 외신들은 슬로바키아를 끝으로 모든 유로존 17개국의 승인절차가 마무리돼 다행이라면서도 이번 상황은 17개국의 만장일치 승인을 받아야 효력을 발휘하는 유로존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반 빌예트 ING 뱅크 유로존 담당 애널리스트는 "슬로바키아와 같은 소국이 유로존 전체를 인질로 잡고 어떻게 장난을 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유로존 체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의사 결정 구조가 개선되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지금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까지 유로존 위기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또 다른 전문가는 "유로존 문제는 아직 해결된 것은 아니다"며 "회의에서 양국의 이견이 강조될 경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로존은 오는 23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다음달 3~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