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스티브잡스의 유산은 '개방형 혁신'

이수태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회장

입력 : 2011-10-18 오전 9:00:00
지난 6일 전 세계 IT 업계의 큰 별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전 세계 인사들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움으로 애도하고 있다. 21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 세계 IT 업계의 혁명가, 혁신의 아이콘 등 그를 찬사하는 화려한 수식어들과 추모열기를 미루어 보아, 가히 전 세계 지구촌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음을 짐작할 만하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통해 낳은 혁신적인 제품들과 새로운 IT트렌드, 궁극적으로 우리 삶에 가져온 혁신 패러다임의 변화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게 되는 미래사회의 그림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많은 사람들과 기업인들이 더 이상 미래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데 기준을 삼을만한 이정표가 사라졌다며 애도와 함께 불안감을 느끼지만,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성장을 모색하고 있는 중소기업, 혁신형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스티브 잡스가 남긴 메시지는 '무엇'과 '어떻게'에 대한 해법 마련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1990년대 세계 경제는 국경이 무의미한 글로벌시장이 다양하게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 같은 추세는 세계 시장이 국가적 특성과는 무관하게 유사한 경제적 흐름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산업경제를 이끌어 온 혁신 원동력은 폐쇄형 혁신(Closed Innovation)으로 아이디어에서 기초연구, 제품개발, 사업화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을 기업 내부에서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제품수명의 단축으로 획일화된 제품을 빠른 시간 내 생산해내는 생산 패러다임에 기초한 혁신은 한계를 가지게 됐다.
 
레이메이슨 캐피탈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3천 개의 아이디어 중 1개의 아이디어만이 상업적으로 성공하고 4개의 개발과제 중 1개만이 상업적으로 성공하였으며, 미국기업은 잘못된 혁신으로 수십억 달러를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 상무성 보고서에서도 제품으로 나온 것 중 90%가 4년 내 실패해, 지난 10년간 미국회사 중 오직 10% 이하의 회사만이 신제품을 출시한 것으로 보고됐다.
 
폐쇄형 혁신은 전통이란 수식어와 어울리며 수명을 다하고, 이제 새로운 혁신 패러다임으로의 변화가 기업 생존과 국가의 산업경쟁력에 반드시 필요한 요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혁신형 중소기업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하나? 폐쇄형 혁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른 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주목 받고 있다.
 
개방형 혁신은 기업이 연구, 개발, 사업화에 이르는 일련의 혁신 과정을 개방해 외부자원을 활용, 혁신 비용을 줄이고 성공가능성을 제고해 부가가치 창출을 극대화하는 혁신방법이다.
 
즉 기업들이 내부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외부 아이디어도 활용할 수 있고 또 활용해야 하며, 자사의 기술을 사업화하여 시장에 진출할 때 내부뿐 아니라 외부경로도 사용할 수 있고 또 사용해야 함을 전제로 한 혁신 패러다임이다.
 
폐쇄형 혁신과 개방형 혁신의 차이는 단순히 외부기술을 사용하거나 내부기술을 외부로 이전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현재의 기업 생태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큰 틀의 전략을 모색하는 패러다임 변화에 의미를 담고 있다.
 
폐쇄형 혁신에서는 기술혁신의 성과를 최초로 제품화하는 기업이 성공했다면, 개방형 혁신은 더 나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 가치사슬에서 보다 우위에 있다. 즉, 기업이 기존의 사업영역을 확대하거나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접점에서, 개방형 혁신으로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기기를 통해서 고객과 만나는 접점을 차지했고, 거기에서 아이폰을 통해 만들어 질 수 있는 서비스를 플랫폼 형식으로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앞으로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기업이 개방형 혁신과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007년 IT 경쟁력 부문에서 3위를 차지했는데, 이후 5년 연속 추락해서 올해는 19위로 떨어진 상황이다. 경쟁력을 측정하는 세부 항목을 보면 정부 지원 부문이 지속적으로 낮았으며, 특히 R&D 환경과 인적 자원 부문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혁신형 기업의 경쟁력은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리콘밸리라는 혁신생태계가 일구어낸 산물임을 주목한다면, 정부의 지원은 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외국 기업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혁신형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적자원을 제공하기 위한 방향에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잡스가 남기고 간 유산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라는 단순히 편리하고 놀라운 기계가 아니라 끊임없는 혁신에 혁신을 더한 개방형 혁신의 정신임을 상기하며,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바란다.
 
이수태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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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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