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국기자] 최근 금융권이 ‘수수료 인하’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은행의 현금자동인출기(ATM) 수수료에 이어 증권사도 불통이 튈까 우려하며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영세상인들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요구를 시작으로, 약 1.5%로 수수료가 업계 최저 수준인 주유소, 심지어 유흥업소마저 인하 요구 행렬에 동참했다.
최소 7%대에서 최대 30% 가까이 수수료를 떼며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카드 현금서비스 수수료도 인하 요구 대상으로 떠올랐다.
은행권에 대해서는 ATM 수수료 인하 요구가 거세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이날 협의를 거쳐 이번 주 안에 은행연합회에서 인하 방안을 서둘러 발표하려는 것도 금융소비자들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다.
증권사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 당장 투자자들의 인하 요구는 없지만 금융당국이 예탁금 이용료 등 증권사 관련 수수료 인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융소비자들이 거세게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체계 없는 수수료 결정이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현재 은행, 증권, 카드, 캐피털, 저축은행 등 금융업권에서의 수수료 종류는 모두 200여개에 달하지만, 수수료를 정하는 별로의 규정이나 법규가 없는 실정이다.
금융당국도 수수료 수와 요율에 대한 결정을 대부분 업계 자율에 맡기고 있다. 금융회사와 고객 간 계약이라는 것.
때문에 금융회사들의 수수료 이익은 매년 급증세다.
실제로 KB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수수료 이익이 997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300억원 이상 늘었고, 우리금융지주도 수수료 수익이 지난해 상반기 5452억원에서 올 상반기 6236억원으로 증가했다.
은행권 전체로는 올 상반기에만 무려 2조2567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
해외 은행은 인수 및 합병 중개, 기업 상장, 채권 발행 등 고부가가치 사업을 통해 대부분의 수수료 수익을 올리고, 개인 고객에게는 얼마 안 되는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
씨티(미국), 바클레이즈(영국) 등은 다른 은행을 이용하거나, ATM을 이용할 때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
그러나 국내 은행은 계좌 이체, 현금 인출 등 개인 고객과의 거래에서 대부분의 수수료 수익을 내고 있다.
전당포식 영업으로 손쉽게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연구원은 국내 은행이 높은 순이자마진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수익성이 좋지 않은 것은 수익기반이 이자에만 치우치는 등 단조롭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정치권에서 여론을 등에 업고 금융권에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금융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타행 ATM 사용 인출, 소액인출, 2회차 이후 인출 등의 수수료 인하와, 장애인, 차상위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ATM 수수료 및 창구 수수료 면제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