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지난 9월14일 애플이 아이폰 A/S 규정을 고치기로 했다는 내용이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알려졌다. 세계 최초의 일이다.
그 동안 꼿꼿하기만 했던 애플이 꼬리를 내리게 되기까지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사무관의 근성이 한몫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이제 입사한지 갓 2년된 박민영 사무관.
박민영 공정거래위원회 사무관
지난 2009년 11월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첫 출시된 후 A/S에 대한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급기야 2010년 국정감사에서 애플사 임원이 증인으로 소환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애플은 "한국의 법규를 준수하고 있고 아이폰 A/S 규정은 전세계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정책을 변경할 생각이 없다"고 버텼다.
그로부터 약 1년 뒤 박민영 사무관은 애플로부터 "한국의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에 따르겠다"며 "1개월 이내에 제품교환을 요청할 경우 신제품으로 교환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이는 박 사무관이 공정위 약관심사 자문위원인 법률 전문가들과 끈질긴 토론 끝에 애플의 약관이 민법상 하자 담보책임이나 소유권에 위배될 수 있다는 단서를 찾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를 기반으로 그는 국내외 관련 논문과 해외 법률을 면밀히 연구하고, 중국 내에서의 아이폰 A/S 정책을 검토한 끝에 애플 약관이 약관 규제법에 위반된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때부터 박 사무관과 애플의 지루한 법리 공방이 시작됐다. 본인의 아이폰을 고장 낸 후 서비스센터를 직접 방문해 A/S를 체험하기도 했고 피해자모임 사이트에 가입해 관련 글들을 읽기도 했다.
수십번의 통화와 이메일 교환, 면담을 통해 마침내 지난 8월 애플 본사 임원이 공정위를 직접 찾아와 공정위 의견을 따르기로 약속했다.
이후 아이폰의 품질보증서를 고치고, 소비자정책국 전체 차원에서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를 개정해 행정 예고했다.
공정위는 "방대한 자료를 검토한 박 사무관의 끈기와 법을 어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외국 기업의 특성을 활용한 전략의 승리였다"며 21일 박 사무관을 '9월의 공정인'으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