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빈기자] "앞으로 대형M&A(인수합병) 안합니다!"
강덕수
STX(011810)그룹 회장이 마침내 소화기를 꺼내 들었다. 시장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진 '자금 악화' 루머에 적극 대응함과 동시에 주력사업에 대한 내실경영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함으로써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 "내년 1분기까지 재정 안정화 노력"..필요시 중소형 M&A는 추진
강 회장은 지난 23일 "
하이닉스(000660) 포기와 더불어 향후 대형 M&A를 추진하지 않겠다"며 "내년 1분기까지 해외자산 매각과 자본 유치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안정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계속되는 '자금 압박' 루머에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주가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STX그룹은 현재 금융권과 공동으로 자본유치, 해외 투자자산 매각, 회사채 발행을 포
함한 다양한 방법의 자금조달 계획을 진행 중에 있다.
지난 21일에는 내년 1월 만기 회사채 상환에 필요한 소요자금 2000억원을 산업은행 등이 참여해 성공적으로 조달한 바 있다.
STX그룹은 또 현재 진행중인 해외 투자자산 매각을 내년 연초까지 조기에 끝내 7000
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STX에너지 자본 유치도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1
분기까지 마무리해 6000억원 상당을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STX그룹 성장의 핵이라 할 수 있는 M&A 'DNA'가 완전히 활동을 멈춘 것은 아
니다.
STX관계자는 24일 "과거
STX조선해양(067250)이 인수했던 혁신기업의 사례처럼 필요에 따라 핵심기술을 보유한 중소형 업체들에 대한 M&A의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며 "M&A를 영원히 안 할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일단 조선·해운업 등 주력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시장 불신 남아 있어.."성공적 수확으로 증명해야"
STX그룹의 이같은 입장 천명에 대해 시장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수회사 격인 (주)STX는 1만3550원,
STX엔진(077970)은 1만9250원에 거래가 마감돼 역시 전거래일 대비 각각 3.44%, 4.62% 씩 오름세를 보였다.
이석제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24일 "STX조선해양의 자금에 대한 우려가 나온 원인은
계획된 선박수주계약의 지연 때문"이라며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수주 건 중 일부만
계약이 돼도 모든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자금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어 "STX그룹의 회사채 만기에 따른 부담은 크지 않다"며 "내년 만기가 들어오는
STX조선해양의 사채는 총 5900억원 수준으로 대부분 상반기 집중돼 있으며 내년도 STX조선해양의 예상 영업이익 7896억 원보다 적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의 우려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제공은 STX그룹이 했다"며 "하이닉스 인수
검토가 시작되면서 그룹 전체의 자금 조달과 운용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고 유럽의
재정 위기가 이를 확대시켰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예상대로 STX그룹은 9월 중순에 하이닉스 인수 검토 중단을 선언했지만 이
미 STX그룹이 자금 여력에 관계 없이 무리한 확장만을 추구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시장에 심어줬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또 "STX그룹은 더 이상 대형 M&A는 없다고 말하고 있고 내실 경영에 더
욱 전념하겠다고 하지만 시장이 원하는 것은 그보다 더 적극적인 표현과 의지일 것"이
라며 "지난 10년 동안 성장의 기반을 만들었지만 성공적인 수확도 할 수 있음을 먼저
증명해야 시장의 지원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