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 광화문 강아지 '소망이' 상해범들에 벌금형

입력 : 2011-10-28 오후 2:57:50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일명 '소망이'사건으로 알려진 건설공사장 강아지 상해사건의 범인들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6단독 곽부규 판사는 강아지에게 돌을 던져 상해를 입힌 혐의(동물보호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김모씨(49)에게 벌금 100만원을, 상해 입은 강아지를 땅에 묻어 은닉한 혐의(재물손괴)로 기소된 오모씨(66)에게 벌금 5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건설현장의 현장소장으로 현장을 관리해 온 김씨는 최모씨가 빈 건물 내에 여러 마리의 개를 풀어놓고 기르는 것이 못마땅했다. 김씨가 관리하는 현장에 최씨의 개들이 돌아다니며 짖는 바람에 김씨에게 자주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러던 중에 김씨는 지난 8월 공사현장을 돌아다니며 짖어대는 최씨의 강아지 '발발이'(일명 소망이)를 보자 화가 치밀어 발발이에게 돌을 던졌고 돌에 맞은 발발이는 목숨이 위태롭게 됐다. 
 
이후 김씨는 그곳에서 일하던 오씨를 불러 돌에 맞아 쓰러진 발발이를 치우도록 시켰고 오씨는 발발이를 공사현장의 구석에 움푹 파여진 곳에 넣은 뒤 그 위에 돌을 쌓아 묻었다.
 
그러나 땅에 묻힌 발발이는 살아 있었고, 이 광경을 목격한 시민의 제보로 현장에 도착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에 의해 구조됐다. 이 과정에서 발발이는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에 의해 '소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검찰은 지난 8월 말 김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오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각각 벌금 100만원과 50만원에 약식기소했으나 당시 약식기소담당판사는 발발이에 대한 소유관계 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공판에 회부했다. 
 
곽 판사는 판결문에서 "동물보호단체에서는 피고인들에 대하여 엄중히 처벌할 것을 탄원하고 있고, 피고인 김씨가 발발이에게 가했던 상해행위의 죄질이 좋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판시했다. 
 
곽 판사는 다만, "김씨가 개들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던 차에 발발이가 공사현장을 돌아다니며 짖어대자 순간적으로 흥분해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의 동물에 대한 적대감의 발현이라기보다는 우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곽 판사는 이어 "또 피고인 오씨는 피고인 김씨의 상해행위를 목격하지는 못한 채 피고인 김씨로부터 죽어가는 발발이를 묻으라는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며 "피고인들이 재물손괴죄에 대해 피해자 최씨와 합의한 점, 피고인들이 현재까지 집행 유예 이상의 전과가 없고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검사가 구형한 형을 그대로 받아들여 선고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발발이를 구조한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박상희 활동가는 "다른 동물학대범죄에 대한 처벌에 비해 비교적 엄한 처벌"이라면서도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로 아쉬운 마음을 감출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경우 동물에 대한 범죄는 어린이, 가족 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와 연관돼 가중처벌되고 있고, 심리치료 등을 병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동물학대 전력이 있는 사람은 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하거나 접근을 제한하는 등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동물의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는 어린이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까지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라에 따르면, 발발이는 약 두달간의 입원치료를 끝내고 상태가 많이 호전됐으며, 현재는 일반 가정집인 임시보호처에서 보호를 받으면서 통원치료 중이다. 건강이 많이 회복되면 일반 가정으로 입양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 8월 전부 개정돼 내년 2월5일부터 시행되는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잔인하게 학대하거나 죽이는 행위,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등을 할 때엔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처벌이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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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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