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SBS미디어홀딩스가 자사 미디어렙 설립을 공식화 하면서 이에 대한 전방위적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SBS미디어홀딩스는 지난 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광고판매대행사 ‘미디어 크리에이트’를 만들어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또 이튿날 OBS 부사장을 지낸 전종건 씨를 대표이사에 선임하는 등 직접 광고 수주에 나설 채비를 마친 상태다.
미디어크리에이트는 자본금 150억 원 규모의 방송광고영업대행사로 SBS미디어홀딩스가 60%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오는 14일 광고주를 초청해 서울 롯데호텔에서 채널설명회를 연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물리력을 써서라도 이날 행사를 막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3년마다 돌아오는 SBS 재허가 일정이 내년”이라며 “방송은 공공재이자 가치재인 만큼 방송광고 갖고 장난치면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재허가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과 48개 언론단체가 연대한 ‘미디어행동’은 1일 오전 11시 서울 목동 SBS미디어홀딩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익을 핑계 삼은 방송광고 직거래 행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KNN, 대구방송, 광주방송, 대전방송, 청주방송, 울산방송, 전주방송, 강원민방, 제주방송 등 9개 지역민영방송 노조 집행부는 ‘삭발’로 항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SBS미디어홀딩스가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는 이유는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방송사 광고영업을 대행했던 기존 ‘코바코 체제’에 견줘 광고 수익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민영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직접광고를 판매함에 따라 광고물량의 변화 없이도 광고단가를 평균 10% 이상 인상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게 업계 의견"이라고 밝혔다.
여타 증권사도 같은 이유로 최근 SBS미디어홀딩스의 가치 상승을 점치는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SBS미디어홀딩스 입장에서는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이다 보니 자사렙 운영은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더욱이 미디어렙 법안이 입법되지 않아서 방송사가 광고를 직거래해도 법적 하자는 없다.
상업방송의 '과욕'을 탓하기에 앞서 지난 2년 동안 법 제정에 미적거린 국회에 1차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SBS미디어홀딩스의 이번 자사렙 설립을 놓고 도의적 책임만 묻기에는 상황이 간단치 않다.
파장이 연쇄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장 공영방송이면서도 재원을 광고에 의존하는 MBC가 움직이고 있다.
MBC는 오는 3일 대전에서 지역MBC 사장단을 불러놓고 자사렙 설립과 관련해 이해를 구할 참이다.
방송가 맏형격인 지상파방송이 이처럼 광고 직판에 욕심을 내다보니, 연말 개국을 앞두고 있는 종합편성채널도 이에 추동되는 양상이다.
실제 종편 4사는 지난달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울시내 유명호텔에 광고주를 모아놓고 자사에 광고를 집행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방송사 광고 수주 경쟁이 격화되는 속에서 불똥은 지역민방ㆍ종교방송ㆍ일반PP에 튀게 된다.
특히 지역민방과 종교방송은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전국단위 지상파방송사 광고를 수주할 때 이들 매체와 묶어 '패키지 판매'의 효과로 재원을 충당해왔다.
그 비율만 전체 재원의 80%에 상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기존 코바코체제가 무너지고 각 방송사가 광고를 직접 영업하기 시작하면, 지역별 민영방송사가 도산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SBS 노조는 SBS미디어홀딩스의 ‘광고 직접 영업 즉각 중지’를 요구하며 지난 달 31일부터 서울 목동 사옥 로비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방송광고 직판이 수익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수단이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모회사만 배불린다는 이유에서다.
모회사가 광고 영업 기능까지 가져가면 SBS에 대한 이중지배가 시작될 것이라는 게 노조가 우려하는 내용이다.
SBS 노조가 지난 9월 초 2주 동안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전체 87%가 SBS미디어홀딩스의 미디어렙 소유를 부정적으로 봤으며, 그 이유로 ‘보도 제작 편성의 침해’(38.3%)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
SBS 노조는 1일 발행한 노보에서 "입법 부재를 틈탄 홀딩스의 광고 직접영업 선언은 '국회 입법은 촉진시키되 SBS미디어홀딩스에는 징벌적인 결과'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서울지방국세청이 지난 주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대주주 태영건설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회사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무조사 배경과 관련, 업계가 설왕설래 하고 있지만 일단 SBS미디어홀딩스의 '광폭 행보'가 잠시 중단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