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 박미정 기자] 가계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작 은행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가계부채 억제 정책에 따른 비용 부담을 모두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신용대출금리 7%대 금융위기 수준
2일 한국은행과 시중은행 등에 따르면 가계대출의 가중평균 금리는 지난 9월말 5.86%로 지난해말 5.35%에 비해 무려 0.5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말 4.71%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올해 들어 0.52%포인트나 늘면서 9월에는 5.23%까지 치솟았다. 즉 지난해말 1억원의 주택대출을 빌렸다면 이자부담이 52만원, 2억원을 빌리면 104만원이 더 늘어난다는 얘기다.
신용대출금리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말 5.81%이었던데서 7.06%로 무려 1.25%포인트 오른 것이다. 신용대출금리가 7%를 넘은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 규제 '빌미'로 대출금리 일제히 상승'
대출금리 급등은 지난 7월 금융당국이 내놓은 가계대출 규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규제를 빌미로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일제히 올렸다는 설명이다.
지난 7월부터 가계대출 금리가 3개월 연속 오르는 동안 대기업 대출 금리는 오히려 하락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7월말 5.67%였던 대기업대출 금리는 8월 5.55%, 9월 5.46%로 0.21%포인트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8월에는 선진국 신용리스크 확대로 전반적으로 금리가 내리는 분위기였는데 가계대출 금리만 오른 것은 금융당국 대책 영향이라고 밖에 볼수 없다"고 말했다.
◇ 은행들, 비용은 무조건 소비자에게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가계대출에 대한 위험 가중치를 높이는 방안도 대출금리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떨어져 은행들은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BIS기준 변경으로 늘어나게 될 비용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변동금리대출도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은행이 가계대출 억제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기존 대출자와 신규대출자에게 이자 부담을 주고 있다"며 "금융소비자들은 대출 억제와 금리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조 총장은 "대출을 억제하라는 일방적인 지시로 금융사들이 금리를 올리게 만든 금융당국도 큰 문제"라며 "게다가 금융당국은 이러한 횡포를 묵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금리 높다는데 은행들 수수료 인하로 '생색'
이 같은 행태에 대한 비난여론이 커지면서 은행들은 최근 이체수수료를 면제하거나 인하하는 등 성의를 보여주고 있지만 대출금리 인하여부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CD금리 상승으로 이에 연동되는 대출금리도 오를 수 밖에 없다"며 "임의로 올리거나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대출금리를 내린 은행도 있긴 하다. 지난달 신한은행은 서민들의 금융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0.2%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이는 다른 시중은행들이 판매중인 주택담보대출 금리수준과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꼼수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수수료 인하조치도 전체 7조원 수수료 수익 중에 9.4%에 불과하다"며 "대출금리의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내리지 않아놓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현재 금융 소비자들의 요구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지 않고 고객들을 기만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