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통심의위)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심의 기준을 정하기 위한 공론화 작업에 나섰다.
방통심의위는 한국방송학회와 함께 8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종합편성채널 심의 모델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연구를 수행한 이재진 한양대 교수는 이날 종편 심의와 관련, ▲지상파형 ▲유료방송형 ▲절충형 ▲동일콘텐츠 동등규제형 등 4가지 안을 제시했다.
각 유형은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 그리고 그것을 조합했을 때 나타나는 심의체계를 종편에 적용한 것으로, 1안의 경우 지상파방송과 동일한 공적 책임을 종편에 요구하는 것이고, 2안은 유료방송과 유사한 심의기준을 종편에 부여한 안이다.
또 3안은 종편의 장르마다 구별을 둬 시사ㆍ보도프로그램의 경우 지상파에 준하는 심의규정을, 교양ㆍ오락프로그램은 유료방송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고, 4안은 방송시청시간에 차별을 둬 심의하는 방식으로 지상파 방송시간에는 지상파 기준을, 심야시간에는 유료방송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 가운데 어떤 모델이 종편에 적절한 것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종편의 경우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중간영역에 위치하는 매체적, 채널적 특성을 심의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만 방통심의위원장도 지난 9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종편의 영향력은 지상파와 거의 비슷하지만 현행법에 종편 특성을 고려하도록 돼 있다”고 언급해 지상파와 차별을 둬 심의하겠다는 계획을 예고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는 이 같은 종편 심의 기준을 확정하기 앞서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장이었지만, 방통심의위와 학계ㆍ시청자단체의 이견이 확인된 자리이기도 했다.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소장은 “종편은 허가 받은 독점채널이고 종합편성을 하며 의무재전송을 하기 때문에 준지상파로 봐야한다”며 “그에 맞는 외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미숙 서울대 교수(기초교육원)도 종편의 매체적, 채널적 특성과 관련, 지상파와 동일한 의무재송신채널이자 사회적 영향력이 지상파와 동일하다고 지적한 뒤 “지상파 방송시간에는 지상파 기준을 적용하고, 심야는 유료방송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지상파 공신력과 유료방송의 상업성 두 가지를 모두 부여하겠다는 방안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종편 심의 차별화’라는 방통심의위 방향이 종편 프로그램 심의 기준을 완화해 지상파보다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특혜적 의미를 갖는다면 방송심의를 둘러싼 정치성 논란을 더욱 강화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종편을 유료방송 기준에 맞춰서 심의할 경우 상업성 경쟁으로 여타 채널까지 선정적 방송에 내몰리는 호텔링 효과가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