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라면시장의 절대강자 농심이 경쟁사들이 내놓은 흰국물 라면의 인기에 파묻혀 제맛을 내지 못하더니 3분기에 초라한 실적을 내놨다.
농심(004370)의 3분기 순이익은 19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1% 급감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4820억원, 276억원으로 각각 5.4%와 4.5% 상승했다.
15일 HMC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3분기 라면시장은 고가제품의 물량성장으로 7.6% 성장했지만 농심의 라면부문 성장률은 4.7%에 그쳤다.
눈에 띄는 건 '꼬꼬면' 등 경쟁사 제품의 영향을 받은 라면 시장점유율(MS) 하락이다.
농심의 3분기 라면 시장점유율은 68.1%로 1.9%포인트(p)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야쿠르트의 라면 점유율은 2.3%p 확대됐다.
스낵부문도 20.5% 시장성장이 이뤄지는 동안 농심은 16.8% 성장하는데 그쳤다.
농심의 악재는 지난 8월말 정점을 찍었다.
지난 4월말 농심이 프리미엄 라면으로 내세워 야심차게 출시했던 '신라면 블랙'이 허위·과장광고와 가격거품 논란 속에 결국 국내 생산을 중단한 것.
농심은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라는 이유로 신라면 블랙 생산을 전격 중단했다.
반면 한국야쿠르트가 8월 초 내놓은 '꼬꼬면'과
삼양식품(003230)이 7월 말 내놓은 '나가사끼 짬뽕'은 흰 국물 라면으로 한달만에 각 800만개, 300만개의 판매실적을 올리며 농심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런 농심의 상황에 증권가는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는 평도 내놓고 있다.
HMC투자증권 정혜승 연구원은 "라면과 스낵부문 모두에서 농심의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고, 특히 경쟁사의 고가제품 판매확대가 이뤄지고 있는 라면 부문의 대응 제품 부재로 입지가 악화되고 있는 점이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 농심 "난 괜찮아".. "쌀국수 제품 등 신제품 개발 이어갈 것"
농심은 지속되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손실이 실적 부진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농심 관계자는 "밀가루, 국제농산물 가격, 팜유, (유가 등) 에너지 가격 등이 올라 누적 비용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분기 시장 점유율 하락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농심 관계자는 "(3분기) 시장점유율이 다소 떨어졌지만 연간으로 분석하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걸로 본다"고 자위했다.
경쟁사의 잇따른 인기 제품 출시와 관련해서는 최근 주력하고 있는 '쌀국수'류 제품 등 신제품 개발로 시장 우위를 지켜갈 방침이다.
지난달 초 출시한 '쌀국수 짬뽕'은 한달만에 판매량 200만개를 기록했다.
농심 관계자는 "내년까지 4~5개 추가로 쌀국수 라면을 출시할 것"이라며 "쌀국수류 외에도 추가 신제품 출시를 위해 꾸준히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