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본인확인 문자요? 돈 다 빠져나가고 나니 대출완료 됐다는 문자가 와 있습디다"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카드사 지도강화에도 불구하고 피해규모가 갈수록 늘면서 당국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가 1분기보다 확대되자 국제전화나 인터넷 전화를 이용한 ARS 카드론 신청 시, 카드사가 카드소유자에게 본인인지 확인전화 후 대출해주는 내용을 담은 지도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는 올 1분기 9건(1억원)에서 2분기 39건(4억2000만원),
3분기 470건(45억6000만원)으로 줄지 않았다.
그러자 금감원은 10월에 다시 공문을 보내 전화로 본인 확인을 하거나 휴대폰으로 인증
번호를 보내 인증번호를 입력해야 대출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는 당국의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보름간 발생건수는 917건, 피해규모는 91억8000만원으로 더욱 증가했다.
지난 3일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는 피해자 A씨는 "처음에 진짜 대검찰청사이트 주소로 들어가게 했다가 잠시 인터넷이 안되는 듯 X표시가 떴는데, 사이트 점검 중이니 불러주는 인터넷 주소로 다시 들어가라고 했다"며 "그렇게 접속한 사이트는 가짜 금감원 사이트로, 인터넷뱅킹 시 비밀번호 입력 칸에 별표(*)로 표시하는 것처럼 만들어 놔 그쪽에서도 내 비밀번호를 못 보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A씨는 "당국에서 카드 대출 시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하도록 했다고 하는데 소용없었다"
며 "신한카드에서는 어떤 본인확인 문자도 받은 적이 없고 삼성카드에서는 돈이 빠져
나간 뒤 대출이 완료됐다는 문자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금융당국은 지난 24일 카드사 6곳에 대해 특별 현장점검에 나
선다고 밝히고 이날(28일) 검사역을 현장으로 파견했다.
금감원은 카드론을 취급하면서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하도록 한 지도내용을 카드사들이
제대로 이행했는지를 점검할 계획으로, 현장점검은 다음 달 9일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이번 점검에서 금감원의 지도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카드사가 적발되더라도 금감원이 카드사를 제재할 방법은 없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본인확인 절차 강화는 기존 절차를 보다 강화한 것으로 법적으로 새로운 규정을 만든 것이 아니므로 지키지 않았다 하더라도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본인확인 절차가 지켜짐에도 불구하고 보이스피싱 피해가 계속된다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신청 시 '대면거래' 규정을 넣어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것도 고민해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