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카드 발급과 이용액이 위험수준에 도달하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들이 최근 연말연시를 맞아 진행하는 각종 이벤트가 고객 과소비를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객이 이벤트에 참여하는데 일정 금액 이상의 이용실적을 요구하고 있어 필요 이상의 돈을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카드 이용액은 카드 대란이 발생하기 직전인 2002년(622조원) 이후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카드이용이 많아지자 카드사들은 눈에 띄는 이벤트를 속속 내놓으며 고객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고 있다.
그러나 쏟아지는 이벤트에는 카드이용 실적 등 조건을 내 걸고 있다. 즉, 카드사마다 '우리 카드를 사용하라'는 의미로 결국 고객들의 소비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신한카드는 소비가 많은 크리스마스, 신년, 설 기간을 이용해 이벤트를 진행한다.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의 크리스마스 기간, 12월30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의 신년 기간, 내년 1월21일부터 25일까지 설 기간에 모두 5회 이상, 50만원 이상을 결제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선물을 증정한다는 계획이다.
행사 기간과 결제금액을 일일이 체크하는 꼼꼼한 고객이 아니라면, 이달부터 내달까지 두 달간은 신한카드를 이용해야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셈이다.
또 한 번에 5만원 이상 결제해야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교묘하게 소비를 부추기는 수법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대형할인점에서 자주하는 이벤트 방식으로, 과소비를 조장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하나SK카드는 오는 11일까지 산타클로스 복장과 선물을 제공하는 '나는 산타클로스다' 이벤트를 진행한다. 역시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1회 5만원 이상 결제해야 한다.
롯데카드도 지난 한 달간 30만원 이상 결제한 고객을 대상으로 2만2000명을 추첨해 롯데월드에서 열리는 '프리크리스마스 축제'에 초청한다는 계획이다.
1회 결제 금액을 정하거나 월 최소 이용 금액을 설정해, 해당 금액 이상을 결제토록 유도하고 있는 것.
직장인 김 모씨는 "요즘 카드사들 이벤트를 보면 상당한 경품과 공연기회가 주어져 상당한 유혹을 느낄 때가 많지만 내걸은 조건들을 보면 한 가지 카드를 그 기간에 계속 사용해야만 응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며 "이벤트에 응모하기 위해 안 해도 될 소비를 하는 때도 생긴다"고 말했다.
심지어 연말을 맞아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이벤트까지 등장했다.
현대카드는 이달 동안 현금서비스 30만원 이상 또는 카드론 100만원 이상 이용한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100만원 캐시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사실상 '빚'인 대출서비스까지 이벤트라는 '미끼'를 통해 이용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서영경 YMCA신용사회 운동사무국 팀장은 "가맹점 수수료인하로 수익률이 떨어진다고 말하지만 계속해서 이벤트라는 '미끼'로 마케팅비용을 쏟아 붇고 있는 실정"이라며 "고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소비만 부추겨 그 돈으로 이벤트를 이어가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