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지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달에 이어 두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또 장기대출 만기를 현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은행들의 어려움을 완화시키기 위해 대출 담보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ECB의 이와 같은 유동성 완화 정책에도 시장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국채 매입을 시사한 바 없다"고 말한 점에 주목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ECB는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1.25%에서 1%로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것과 일치한 결과로 이번에 결정된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ECB는 지난달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 드라기, 은행은 살린다..유로존 구제는 '글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ECB의 결정은 은행 부문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ECB는1년 만기 장기대출을 최고 3년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고 ECB 대출시 담보가 되는 자산담보부증권(ABS)의 등급을 내리기로 했다.
다만 드라기 총재는 시장이 기대했던 ECB의 시장개입에 관해서는 유로존의 재정 통합을 강조하며 ECB가 더 이상의 국채 매입에 나설 의지가 없음을 밝혔다. 그는 "위기국 국채 매입을 무한정으로 할 수 없다"며 "국채 추가 매입을 시사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드라기 총재는 또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유로존 위기국을 지원하는 것은 유럽조약에 위반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한편, 이날 ECB는 내년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3%로 하향조정했다. 다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1.6%는 그대로 유지했다. 또 내년 인플레이션 전망치은 종전 1.7%에서 2.0%로 높였다.
◇ "드라기, '바주카포' 보류한 것"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지는 "ECB에 많은 것을 바라서는 안된다"며 "ECB가 위기에 처한 은행들을 돕는 방안들을 내놓은 것에서 만족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ECB는 은행 시스템을 활성화시키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번 드라기 총재의 결정에 대해 "마리오 드라기가 ECB 총재직을 수행한지 두 달 만에 ECB할 수 있는 한정적인 범위와 책임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기로 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FT는 또 "드라기 총재는 ECB가 할 수 있는 '바주카포'를 보류한 것 같다"면서도 "IMF를 통한 지원도 조약 위반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한 드라기를 비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제임스 닉손 소시에떼 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 총재가 이날 밝힌 사실은 분명하다"며 "유로존 위기 해결을 위해 ECB는 국채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바주카포'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ECB는 국채 시장에서 적은 물량의 국채는 계속적으로 매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