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기업가치에 비해 높은 가격에 공모가가 책정된다는 지적이 거세지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는 코스닥 업체들이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희망공모가 밴드가 2만원 이상인 경우 거래소가 특별한 이유 없이 예심 통과를 거부하는 등 무언의 압력을 행사해 공모가를 내려잡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장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공모가를 낮춰잡고 있지만 한 푼이라도 많은 자금을 조달하고 싶은 기업들로선 불만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상장한 한 코스닥 업체 대표는 "코스닥 상장사 공모가를 보면 대부분 2만원을 넘지 못한다"며 "한국거래소가 상장 예심 과정에서 2만원을 웃도는 희망공모가를 제시하는 기업에 대해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거래소가 직접적으로 공모가가 높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상장 예심 청구서가 반려되고 그 이유에 대해서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면 그것은 공모가가 높아서 그렇다고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주관사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업체는 희망공모가 밴드상단을 3만원 이상 제시했지만 결국 1만원대 중반으로 낮춰 잡은 이후에야 코스닥 상장예심을 통과했다.
문제는 이들이 제시하는 희망공모가가 시장의 평가보다 높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상장 예심과정에서 제시한 희망공모가의 상단보다 높은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한 기업은 총 10개로, 하반기 상장 코스닥 종목 25개 가운데 40%에 해당한다.
이는 상장예심 통과 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희망공모가 밴드 상단보다 비싼 가격에 회사 주식을 인수하겠다는 기관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 상장을 위한 기업설명회(IR)를 대행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제시하는 가격을 보면 공모희망가가 터무니 없이 낮게 책정됐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업체 대표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예전에 공모가가 높게 책정되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된 이후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오히려 역풍을 맞는 업체들이 증가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한 새내기 코스닥업체 대표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기업 대부분이 조달된 자금을 통해 기업의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하는데 사용하고 있다"며 "조달자금이 예상보다 줄어들면 계획에도 차질이 생겨 결국 투자자에게도 손실로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기업가치 대비 낮은 공모가는 상장 당일 형성되는 시초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해 이른바 '먹튀' 시나리오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하반기 상장한 25개 업체 가운데 무상증자를 실시한
테크윙(089030)을 제외한 24개 종목 가운데 현재가(14일 종가기준)가 공모가 이하로 떨어진 기업은 12개(50%)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공모가 산정을 할 땐 통상 비교가능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주가를 기초로 한다"며 "터무니없는 기업을 비교대상기업에 포함시키는 경우 이에 대해 제재를 하지만 그 이외에 대해선 언급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