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결산-패션②) 올해 소비트랜드는 '트레이딩업앤다운'

명품·고급의류 불티..저렴한 SPA 브랜드 성장세도 눈길
명품·SPA 아니면 장사 안돼.."해외개척만이 살길(?)"

입력 : 2011-12-27 오전 10:25:07
[뉴스토마토 김경훈기자] 올해 의류, 패션 소비에서는 고가 혹은 저가 제품으로 쏠리는 이른바 '소비 新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고가제품은 고가제품대로 잘 팔리고 저가제품은 저가제품대로 잘 팔렸다는 의미다.
 
경기침체를 비웃기나하듯 값비싼 명품 소비는 보란듯이 늘어났고, 보다 저렴한 가격의 외국계 SPA 브랜드 상품들도 날개 돋친듯 팔려나가는 모습이 특이한 한해였다.
 
지갑은 보다 얇아졌지만 고가제품 구매를 통해 자기만족하고자하는 소비자들은 오히려 늘어났고, 과시성 소비와 함께 보다 저렴한 제품들을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소비행태도 두드러졌다.
 
◇ 트레이딩업앤다운 심화..'합리적 소비' 또는 '극단적 소비'
 
이러한 새로운 양극화 소비 현상에 대해 이준환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트레이딩업앤다운'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이준환 연구원은 "경기 침체시 소비자들은 보다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중점을 둬 소비를 한다"며 "다른 물품 소비를 줄어서라도 명품 하나를 구매해 대리만족을 느끼거나 같은 품질의 물건이 있으면 보다 저렴한 옷을 여러벌 구매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양극화 소비현상은 고가와 저가를 구매하는 고객층으로 나뉘어지지만 '트레이딩업앤다운' 현상은 소비자가 고가와 저가를 넘나들며 이중적인 소비패턴을 보인다.
 
예를 들어 과시하기 위해 명품백을 구입한 소비자가 일상복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유니클로 같은 매장에서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벌의 옷을 사는 소비패턴을 보인다는 의미다.
 
 
'트레이딩업'의 측면에서 보면 백화점내 명품소비 증가가 이를 증명한다.
 
올 하반기들어 백화점 매출 오름세는 급속하게 냉각돼 갔지만 소비자들의 명품소비는 그칠 줄을 몰랐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해외패션 상품군(명품 상품군) 매출 신장률을 살펴보면 올해 1~11월까지 전년동기대비 22.5% 매출이 증가하는 성장세를 달렸다.
 
지난 2008년 경기침체 때도 전년동기대비 38.2%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명품소비는 경기 침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현대백화점(069960) 역시 올해 이달 21일까지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명품 매출이 18.1% 신장했다.
 
지식경제부의 '백화점 상품군별 매출증감률 추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여성캐주얼과 남성의류는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성장세로 돌아선 반면 명품의 경우 부동의 두자리수 성장을 이룩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명품 소비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더라도 찾는 사람들은 찾는다"라며 "올해 하반기 들어 백화점의 성장세가 주춤해졌으나 명품의 성장세는 계속 유지됐다"고 밝혔다.
 
 
고급 의류제품인 한섬(020000)의 성장세도 말그대로 '파죽지세'. 거침없는 성장세를 과시했다.
 
'시스템(SYSTEM)', '타임(TIME)'. '마인(MINE)' 등과 함께 해외브랜드 '랑방'을 판매하는 한섬은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3234억원, 영업이익은 65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12.7%, 38.4% 신장한 수치다.
 
특히 해외 고급브랜드인 랑방 컬렉션의 성장이 눈에 띈다. 랑방의 올 1~9월까지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81%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섬 기업재무(IR) 담당자는 "브랜드 이미지 파워가 강해 경기 민감도에 자유로운 편"이라며 "외환위기때인 1998년 브랜드 전체로 따져봤을 때 그해 매출은 성장세를 나타냈으며 2008년 글로벌 위기때에도 매출이 전년대비 5% 올라 선방했다"고 설명했다.
 
◇ SPA 합리적 소비의 대표주자(?)..중간가격대 업체는 허우적
 
이와 달리 명품과 함께 올 한해 소비자의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간 외국계 SPA 브랜드 성장세는 '트레이딩 다운' 측면에서 바라보면 정확할 듯 싶다.
 
오는 2020년 국내에서 매출 3조원을 달성해 패션 부분 1위기업이 되겠다는 일본계 SPA브랜드 유니클로(UNIQLO)의 인기가 대표적이다.
 
유니클로는 개성이 강한 디자인보다 평범하고, 기본적인 의류를 보다 저렴하게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했다.
 
합리적인 소비 욕구를 충족하는 전략이 실제 소비자들의 니즈와 맞아 떨어지면서 매서운 성장세를 나타낸 것이다.
 
유니클로의 매서운 인기는 지난달 11일 문을 연 명동중앙점에서 빛을 발했다.
 
아시아 최대 매장으로 오픈한 명동중앙점은 개점한 하루에만 12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가뿐하게 단일 의류 판매점 하루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유니클로는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매년 30개 이상 점포를 출점해 보다 공격적으로 국내 시장 잠식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처럼 고가나 저가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의 심리를 간파한 업체들은 경기침체 가운데서도 성공을 거듭할 수 있었지만 고가도 저가도 아닌 애매한 중간가격대를 추구하는 중간단계의 의류업체들은 불황의 늪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경기가 순식간에 회복되지 않는 이상 '트레이딩업앤다운'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위기의 업체들에게는 서글픈 소식이지만 관련 업체들의 대응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 같다"며 "애매한 업체들은 수수료가 낮은 가두점으로 유통망을 변화시킨다거나 아직 경쟁이 덜 심한 해외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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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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