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MBC가 26일 자사의 민영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설립을 공식 선언한 것이 오히려 3년 넘게 표류한 미디어렙 법안의 입법 움직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MBC의 렙 설립 행보는 법 제정이 유예된 틈을 타고 이뤄진 일이어서 해당 법이 연내 제정될 경우 직접 광고 영업에 나서려던 MBC의 당초 계획도 틀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민주통합당은 ‘1공영, 1민영’ 미디어렙을 두되 MBC와 KBS의 방송광고 영업을 공영렙에 위탁하는 당론을 정해놨으며 한나라당 역시 이 안에 동조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미디어렙 법안과 관련해 당 입장을 확정했다”며 “오늘(26일) 오후 8시 시민단체에 당론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 내용과 관련, 이 관계자는 자세한 언급을 삼가면서도 ▲1공영 1민영 ▲중소방송의 연계 판매 보장 ▲크로스미디어 판매 금지 등을 꼽았다.
또 논란이 됐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직접 광고 영업은 2년 한시적으로 허용하되 3년 뒤 미디어렙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하고, 미디어렙 소유지분의 1인 한도는 한나라당 의견을 수용하되 19대 국회에서 개정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시각에 따라서 민주통합당의 기존 입장 보다 물러선 것으로 보이는 이번 미디어렙 협상안과 관련, 이 관계자는 “MBC의 자사렙 설립 선언이 연내 입법을 가속화 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통합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5일 오후 7시 연석회의를 열고 미디어렙 협상안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려 했지만 이견만 확인하고 헤어진 바 있다.
참석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종편의 광고 직접 영업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민언련의 원칙론과 미디어렙 법안의 연내 입법이 우선이라는 다른 단체의 현실론이 첨예하게 부딪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은 오는 27일 오전 최고회의에서 당론을 확정ㆍ발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26일 낮 MBC가 보도자료를 내고 민영 미디어렙 설립을 공식 선언하면서 움직임이 빨라졌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미디어렙 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이 29, 30일로 잡혀 있는데 연내 입법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MBC 관계자는 자사 렙 설립 결정과 관련 “방송사 광고영업을 거의 다 풀어주는 분위기에서 MBC만 공영렙에 묶어 규제한다는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MBC는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가 해왔던 공적 기능을 수행할 의지가 분명히 있고 지역MBC와 꾸준히 논의해 연계 판매도 반드시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