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박미정기자]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등 대표적인 대부업체들 영업정지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들 업체의 대출 수요가 저축은행으로 흘러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과 영업정지 사태 등으로 활동 범위가 좁아진 저축은행 업계가 신용대출로 또 다른 영업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담보대출과 달리 회수 가능성이 떨어지는 신용대출 특성상 리스크 관리를 확실하게 하지 못하면 저축은행의 또 다른 골칫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 대부업 1 · 2위 업체 영업정지 가시화
대부업체들의 대출 최고 금리가 인하됐음에도 기존 대출자에게 예전 이자를 받아 온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등이 내년 1월에 '6개월 영업정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일부 매체에서 우리가 영업정지를 취하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할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사실 그럴 가능성은 없다"며 "영업정지가 되면 신규대출만 못 나갈뿐 기존 대출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정상적으로 일을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한번 위반으로 6개월 동안 영업정지를 시키는 법이 가혹하긴 하지만 개인 불법 사채업자를 엄단하기 위해 처벌이 엄중하다"며 "상한이자 이상을 1회 받을 시 6개월 영업정지, 2회 받을 시 영업인가 취소인데 이 법이 만들어질 때 우리같은 대형업체가 걸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1 · 2위 대부업체들의 영업정지 가능성이 가시화되자 대출시장을 노리는 소규모 사채업자들도 활발히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대부업체의 6개월 영업정지는 가혹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이들 대부업체들이 6개월 영업정지를 3개월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형 대부업체들의 영업정지 가능성이 커지자 소규모로 활동하는 사채업자들이 활동 영역을 넓힐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저축銀 신용대출, 날개 달까?
그러나 소규모 사채업보다는 부동산 PF 대출로 먹거리가 막힌 저축은행 업계가 신용대출을 시작하며 대부업 대출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7일 발표한 '10월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에 따르면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은 소폭 줄었지만 기타대출이 2조5000억원 증가로 전환하면서 전월 8000억원 증가에 비해 규모가 확대됐다.
여기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을 일컫고 기타대출은 주택담보 대출 이외의 가계대출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형저축은행의 올해 신용대출 규모 증가 추이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 업체의 올해 1월과 11월의 신용대출 잔액을 비교했을 때 1.5배~2배 정도 규모가 커졌다.
특히 솔로몬저축은행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을 기준으로 각각 1조3696억원, 1조1614억원에 달한다.
따라서 저축은행 업계의 신용대출 사업 활성화에 맞춰 영업정지로 인한 대부업계의 대출 수요 역시 저축은행으로 흡수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셈이다.
◇ "연체 시작하면 부실화 빨라질 가능성"
하지만 저축은행의 신용대출이 시행 초기에는 상당한 위험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대부업체 같은 경우 나름대로 신용군을 나눠서 이자율을 조정하는 등 관리 노하우가 있지만 저축은행의 최근 신용대출은 과거에 경험하지 않은 부문이어서 고객들의 추이가 충분히 분석되지 않은 상태"라며 "짧은 시간에는 연체가 급격히 일어나지 않겠지만 원금을 상환할 때 쯤 연체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담보대출과 달리 회수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부실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저축은행업계가 대부업계와 비슷하게 30% 이자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리스크 관리 능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신용대출에 뛰어든다면 위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