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가격표시제, 믿고 샀다간 봉변?

입력 : 2012-01-03 오후 6:18:31
[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사기 위해 가격표시제를 활용한다면 도움이 될까.
 
지식경제부가 소비자 권익 보호 차원에서 올해부터 실시한 휴대폰 가격표시제가 단말기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기는커녕 왜곡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경부가 만든 제도가 미진하거나, 통신사가 휴대폰 요금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루트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 강남의 한 SK텔레콤(017670) 대리점.
 
가격표시제에 따라 삼성전자(005930) '갤럭시노트'를 월 5만2000원(52요금제) 요금제 신규 가입시 89만99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같은 지역 내 KT(030200)LG유플러스(032640) 대리점에선 이 기기가 94만9900원, 94만9900원에 각각 판매되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SKT로 발길을 돌리겠지만 실상은 크게 다르다. 휴대폰에 표시된 가격은 1차적으로 통신사 보조금 내지 제조사 장려금이 반영돼 한차례 다운된 가격이다.
 
가령 출고가가 99만9900원인 갤럭시노트의 가격이 앞서 살펴본 대로 89만9900원~94만9900원으로 낮아지는 식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특정 요금제에 가입하면 실제 단말기 가격은 추가 할인된다.
 
SKT에서 52요금제(2년 약정)로 갤럭시노트를 구입한다면 한달 기기값으로 2만3000원을 내면 된다. 여기에 5만2000원(통신요금)과 10% 부가세, 5.9% 할부이자 등을 합치면 대략 8만5000원이 나온다.
 
가격표시에 나온 것 외에 SKT가 단말기 가격을 얼마나 더 추가 할인했는지를 보려면, 한달 기기값 2만3000원에 24(24개월 약정이므로)를 곱하면 된다. 약 55만2000원으로 계산되는데, 이는 표시된 가격(89만9900원) 대비 34만7900원이나 할인된 가격이자 실제 판매가격이다.
 
같은 방식으로 LG유플러스에선 갤럭시노트 단말기 가격으로 월 2만4700원을 받고 있으며, 소비자 입장에선 통신요금을 합쳐 약 8만6000원을 내게 된다.
 
다만 KT는 할부이자를 받지 않고 부가세만 받기 때문에 월 5만4000원 요금제 가입시 기기값 2만원 가량을 합쳐 총 7만9400원의 요금만 내면 된다.
 
기기 추가 할인폭도 KT가 46만9900원으로, SKT와 LG유플러스(34만7900원~35만7000원) 대비 크다. 결과적으로 KT에서 갤럭시노트를 구입하는 게 가장 저렴하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
 
문제는 이같은 가격할인 구도를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가격표시제가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가격표시제만 보고 제품을 사고자 한다면 되레 가격이 비싼 대리점으로 향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같은 통신사의 대리점 간 가격 차이가 난다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의 LG유플러스 대리점에서 52요금제로 48만7300원으로 표시된 '옵티머스 LTE' 가격이 경기도 분당에선 59만4000원이나 되는 등 차이가 난다.
 
분당 내 KT 대리점 두 곳은 거리가 불과 한 블록 떨어져 있음에도, 팬택 '베가M' 단말기값이 75만9800원~76만9800원(54요금제)으로 제각각이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같은 통신사라 해도 대리점마다 요금이 다르고, 같은 대리점이라 해도 시기별로 요금이 제각각"이라며 "통신요금 자체가 마치 주가처럼 들쑥날쑥하다는 게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다행히(?)도 현재 시행 중인 휴대폰 가격표시제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높지 않아 보인다. 
 
한 대리점 직원은 "고객이 표시된 가격을 볼 때마다 '그거 보면 더 혼란스럽다. 이쪽으로 오시라'며 요금제 안내 책자를 펴고 설명한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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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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