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올해 제약업계는 상반기 약가인하로 주춤하다가, 하반기 신약 출시 기대로 회복국면을 맞는 ‘상저하고’ 현상이 뚜렷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제약사들의 4분기 총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하거나 감소할 것으로 보여, 올해 제약시장은 ‘성장 보다는 생존’ 능력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 4분기 매출 4.2% 증가 그치고 영업익은 예상보다 30% 감소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동아제약(000640),
녹십자(006280) 등 총 매출대비 10대 제약사들의 4분기 매출액은 1조325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에 그친 것이다. 제약사들은 최소 5% 이상을 기대했다.
이처럼 당초 예상보다 매출이 부진한 주요 원인은 역시 오는 4월 약기인하다.
의약품 도매상들은 최소 3~4개월 가량의 약품을 비축하면서 주요 병원들과 약품을 거래하는데, 4월 약가인하로 약값이 떨어질 것을 예상해 미리 의약품 유통 재고 조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그간 연말이면 많은 도매상들이 의약품 확보를 위해 기존 물량보다 많이 주문했는데, 곧 약가인하가 실시되기 때문에 주문 물량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주요 제약사 4분기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는 10대 제약사들의 4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한 877억원으로 예상했다. 제약사들은 약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전망했었는데, 기대치 보다 30% 가량 줄어드는 셈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지난해 주요 제약사들은 올해 약가일괄인하로 매출이 줄 것을 예상해 연말 대외홍보비나, 광고비를 선집행한 측면이 있다”며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감소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 ‘혁신형 제약기업’제도 실효성 의문
정부는 예정대로 1~2월에 기등재 의약품 재평가를 거쳐 4월에는 의약품 약가인하를 진행다는 계획이다. 건강보험 등재 품목 중 약 53% 품목의 약가 인하를 통해 정부는 약 1조7000억원의 재정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약가인하에 제약사들은 소송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약가 인하를 통한 국민 부담 감소와 제약업 구조 개편이라는 명분을 넘어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약업체들의 가처분 소송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오는 4월 기존 방침대로 의약품 일괄 약가인하를 진행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제약업계가 들끓자 정부가 제약산업을 지원한다면 오는 4월까지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 제약사 간부는 “혁신형 기업에 선정될 제약사는 많아야 30~40개사 뿐”이라며 “경쟁력 있는 제약사만 끌고 가겠다는 얘기로 정부의 제약계에 대한 구조조정 의지가 담겨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 중소제약사 간부도 “당장 4월부터 약값이 반토막 날 상황에서 혁신형 기업을 지원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려놓고 나머지는 퇴출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9년 기준으로 의약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580개로 업체 당 평균 생산 금액이 255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국내 제약업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상위 10대 업체의 점유율은 2007년 27.6%에서 2009년 29.9%로 높아졌으나,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에 따른 영업 위축으로 지난해에는 다시 28.5%까지 떨어졌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의 생각은 약가인하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 단순 제네릭에 의존하는 영세 업체가 도태돼 상위 업체 중심의 과점화를 촉진하는 것”이라며 “이런 과정은 다소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