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오토바이는 자차보험을 거의 받아주지 않습니다.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됩니다"(손해보험 설계사)
손해보험사들이 손해율이 높다는 이유로 오토바이(이륜자동차)의 자차(자기차량손해)보험 가입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토바이의 자차보험 가입은 없다'며 '책임보험(대인1+대물1)에 한해서만 가입이 가능하다'고 설명, 일각에서는 불완전 판매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오토바이의 자차보험료가 외제차보다도 비싸게 책정돼,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 '얌체' 손보사.."오토바이는 자차보험 가입 안받아요"
12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10월까지 오토바이의 자차보험 가입률은 전체 오토바이 보험가입 건수 중 1.1%에 불과했다.
1%에 해당하는 가입자마저 고가의 오토바이를 소유한 경우에 한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이는 손보사들이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오토바이의 자차보험을 꺼린 결과로 풀이된다.
한 손보사 설계사는 "보험사에서 오토바이의 자차보험은 받아주지 않고 있다"며 "다른 곳에서 (자차보험을) 받아 주는 곳이 있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그는 "우리는 아직까지 오토바이 자차보험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오토바이는 사고율이 높은데다 고의적으로 파손시키는 등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대한 불안 요소들이 많아 손해율이 높다는 게 손보사의 입장이다.
따라서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오토바이 보험가입 시 자차보험에 대한 설명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불완전 판매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원도에 사는 김 모씨는 "10년 넘게 오토바이를 타고 있지만 오토바이에 자차보험이 있는 줄 몰랐다"며 "보험가입 시에 보험사로부터 안내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협회 관계자는 "아무리 보험료가 비싸다고 해도 설명을 해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영업방식"이라며 "보험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해야 함에도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보험 설계사는 "설령 자차보험 가입이 된다고 해도 자동차보다 자차보험료가 더 비싸서 고객들이 대부분 가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자차보험, 외제차보다 비싸
실제로 오토바이의 자차보험료는 턱없이 높다.
한 손보사를 통해 300만원에 구입한 125cc오토바이의 자차를 포함한 보험가격을 산출한 결과, 30대 여성 기준 보험료는 163만9930원에 달했다.
그 중 자기차량손해에 대한 보험료가 92만9100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결국 자차를 포함한 총 보험료는 일반 책임보험 가입 시 지급하는 보험료 37만8460원에 비해 4배가 넘는 셈이다. 지나치게 자차보험료를 책정해 사실상 가입을 거부한다는 얘기다.
심지어 외제차보다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여성 동일인이 6000만원 상당의 2000cc벤츠 보험가격을 산출한 결과, 총 보험료는 156만8950원.
그 중 자차보험료는 86만3490원으로 오토바이 자차보험료보다 낮다. 명목상 오토바이 자차보험이란 항목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입할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
금융소비자협회 관계자는 "올해부터 50cc미만 오토바이도 의무보험이 도입되면서 민간보험이 더 많은 고객을 얻고 있음에도 수가가 높은 보험은 회피하고 있는 셈"이라며 "탐욕스런 보험사들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