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김밥은 되고 누드김밥은 안 되는 선관위 싫다"

"구시대적 정당문화가 돈봉투 논란 만든 핵심"

입력 : 2012-01-14 오후 8:43:12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13일 "김밥은 되지만 누드김밥은 안 된다고 하는 선관위는 선거간섭위원회"라고 비판했다.
 
유 대표는 이날 밤 방송된 SBS 시사토론에 출연해 "당의 경선을 선관위에 위탁하는 것을 법으로 무조건 강제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대표는 "당내 경선에서 돈봉투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관위에 맡기고 싶은 당은 스스로 관리할 능력이 없으니 맡기겠다고 국민들께 얘기하고 맡기라"면서 "그럴 경우 선관위가 경선을 관리하며 발생하는 비용은 그 당이 다 물어내야 한다"고 주장해 모든 당내 경선에 대해 선관위 위탁을 추진 중인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은 선관위의 간섭이 싫다"며 "선관위는 어마어마한 압력으로 자유선거를 목 조르며 모든 새로운 형태의 선거운동 방법을 다 억압하고 있다. 이렇게 선관위에 무한 권력을 줘 놓고 그 아래에 신음하고 있는데 당내 선거까지 선관위에 맡겨 놓으면 저희는 숨 막혀 죽는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큰 정당들이 돈봉투를 전달하는 과정에 대해선 "고승덕 의원의 300만원 같은 것은 착수금 같은 것"이라며 "돈이 한차례 뿌려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를 지지하는 조직의 지역 책임자들에게 착수금을 주고, 그것으로 밥과 술을 사면서 분위기를 잡는다. 그 돈을 가지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또 전대 전날 데리고 올라와서 서울의 좋은 호텔에 투숙시키고, 비싼 요리에 양주 먹이며 고스톱 자금도 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전대 당일 표 찍기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유 대표는 "검찰이 조사하고 있는 고 의원의 300만원 내용은 전체 전대가 치러지는 과정에서 집행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차례의 돈 집행 중 하나일 뿐"이라며 "그 돈이 현역 의원과 원외위원장, 또는 그 지구당에 조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집행된다. 큰 정당 전대에 사용되는 본 예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협위원장 혹은 지구당위원장인 현역 의원이 대의원을 장악하고 있다. 이것이 핵심"이라며 "원래 대의원이라 함은 당원들의 의사를 대신 표출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고 원래 당원들이 뽑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이나 민주통합당이 하는 방식이 대의원을 당협위원장 혹은 현역 의원이 자기 동네 대의원 5,60명을 자기를 따르는 사람으로 임명해 놨다. 그 당협위원장은 또 중앙당 지도부가 임명한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대의원들이 자기 뜻대로 당원들 뜻을 반영해 표를 찍을 것 같으면 돈이 들 이유가 없다"며 "그런데 이런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대의원이 당원이 아니라 당협위원장이나 의원을 위해 존재하고, 서울까지 가서 전대에서 찍어 주니까 당연히 국회의원이 대의원들에게 뭘 해줘야 된다고 인식한다. 그게 공정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저 국회의원이 나와 당원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면 내 돈과 시간 들여서 찍어줘야 되지만, 대의원이 의원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면 내가 가서 찍어준 것에 대한 답례를 하는 것이 맞다"며 "이 문화가 돈봉투 관련 모든 논란을 만들어 낸 근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저도 2005년에 당 대표 경선, 2007년에는 대선후보 경선을 해봤다"며 "대표 경선 때는 후원회 돈 3억으로 해결했고 대선후보 경선 때는 열흘 남짓 기간 동안 5억이 넘게 들었다. 예비후보자 후원회에서 3억을 모금했고, 개인적으로 2억 이상을 조달해서 썼다"고 회고했다.
 
유 대표는 "결국 경선에 비용은 발생하며 누군가는 부담해야 한다. 후보가 부담하거나 지지자가 부담하거나의 차이다. 지지자가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한 형태"라며 "한 사람당 5만원이 들고 만명이면 5억이다. 만명의 지지자가 자기 돈 5만원 들여 후보를 찍어주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걸 후보가 쓰면 불법자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악성은 실제로 들어가는 비용을 후보자가 지지자들을 위해 내는 정도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유권자들을 매수하기 위해 그 일을 대신해 줄 것으로 추정되는 당협위원장, 현역 의원에게 돈을 주는 것"이라며 "이것은 추산할 수도 없고 한계도 없다. 지금 한나라당에 문제가 되는 것은 매수하기 위한 뇌물 성격과 실비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후보가 좀 주는 이런 성격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 민주통합당 얘기는 아니지만 과거 열린우리당에서도 지지자들이 뭘 하는데 비용이 드니까 후보가 그래도 좀 내놔야 한다는 그런 것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정치자금법 상으로도 100% 불법"이라고 되짚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정치인이라면 다 안다. 돈을 조달해서 쓰는 단위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다를 뿐이다. 차떼기와 봉투의 차이"라며 "실제로 후보가 직접 돈을 만지지는 않는다. 박근혜 전 대표도 과거 대선 후보로서 누구를 만나서 돈을 직접 받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밑의 사람들이 다 하는 일로 원래 궂은 일, 피 묻히는 일은 밑의 사람이 하지 보스가 직접 안 한다. 그러나 직접 안 만졌다고 보스 책임이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지도자들의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유 대표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도 당연히 돈을 썼으리라고 본다. 당 대표를 뽑는 것에도 저렇게 돈봉투를 돌리는 당이 대통령 후보를 뽑는 데 안 그랬을 리 없다. 이것은 우리들의 경험상 합리적인 추정"이라며 "그러면 민주당 쪽은 완전히 깨끗하냐. 그렇게 말하지는 않겠다. 거기도 일부 그런 것이 있었겠지만 한나라당만큼 부자당은 아니기 때문에 규모는 훨씬 작았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또한 "규모의 문제도 중요하다"며 "그 돈이 어디서 왔을까를 생각해보면, 작은 규모의 불법자금은 개인적인 친분에서 왔을 수 있지만 큰 규모의 불법자금은 틀림없이 재벌에게서 온 것이다. 그럼 그런 식으로 자금을 받아다가 당 대표가 되고 공직자가 되고 대통령이 되면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겠나. 노동자, 농민,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나. 단순히 규모의 크고 작음이 도덕적인 판결의 차이를 가져 오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어느 정도 규모의 불법자금이 쓰이느냐는 그 사람들이 전개하게 될 정치의 질적 내용과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이에 대해 "이런 후진적 정당의 구조가 바뀌지 않고 지속되는 것은 정치하고 있는 사람들의 책임"이라며 "한나라당은 임명 방식의 당 운영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열린우리당 시절 당원 제도를 바꿔 해보려고 했는데 이것을 정치인들이 다 없애 버렸다. 자발적으로 자기 돈 내면서 참여했던 당원들이 다 나가도록 만들고 다시 옛날 구조로 돌아간 것이다. 결국 현상적으로 구조와 관습의 책임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당권과 대권에 도전할 정도의 정치인들에게 큰 책임이 있다. 그 분들이 이걸 고치려고 하기보다 고치려는 사람을 내쫓고 박해하고, 자기가 그 구조를 이용해서 권력을 잡으려고 계속 시도했기 때문에 정당들이 이렇게 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바꾸기 위해선 방안으론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당원제도를 고쳐서 진짜 당원제도를 채택하는 길"이라며 "당원중심의 정당, 정당 내부에서 완전한 당원 민주주의를 구현함으로써 당 내부의 부폐를 없애보려는 것으로 열린우리당이 가려다 실패했고 통합진보당이 하고 있는 방식이다. 완전히 진정성이 확인된 사람만을 당원으로 인정하고, 그 당원에게 굉장히 큰 권한을 주는 방법"을 들었다.
 
이어 "또 하나는 지금 민주통합당이 시도하는 방식으로 당원제도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이 당원제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당원제도를 아예 없애고 평소에는 원내와 중앙당 정도의 간소한 조직만 두고 당의 대표와 공직후보자를 뽑을 때는 시민들에게 다 열어 누구나 와서 간단하게 투표해 시민들이 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소 기술적 난점이 있는 대목들이 있기는 하지만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제시했다.
 
 
유 대표는 "처음 것은 유럽형이고 둘째 것은 미국형 길"이라며 "어느 것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정당정치를 하는 나라에서는 유럽형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은 아주 예외적인 나라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미국식 제도를 채택할 만큼 정당의 어떤 뿌리가 될 수 있는, 일상적으로는 뿌리가 아니지만 선거 때 뿌리가 될 수 있는 풀뿌리 조직이 돼 있느냐에 의문이 있어서 통합진보당은 첫 번째의 길인 당원 정당의 길로 가고 있고, 지금까지는 규모가 좀 작기는 하지만 사고 없이 깨끗하게 잘 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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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