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분 내다 '아차' 하면 쇠고랑

판례로 본 설 연휴에 일어날 수 있는 사건사고

입력 : 2012-01-19 오후 4:39:32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온가족이 함께하는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을 맞아 들뜬 나머지 사소한 일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성묘 중 술을 마신후 운전하거나 큰 판돈으로 장시간 고스톱을 치는 경우, 성묘길에 산소 주변 잡목을 베다가는 산림법 위반으로 법정에 출두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명절 때 저지른 사소한 실수라고해도 법원은 어떠한 정상참작도 하지 않고 법에 따라 엄정하게 판단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제사지내다 술마시고 운전해도 '면허 취소'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김모씨는 설날에 제사를 지내면서 술을 마신지 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일으켜 면허가 취소됐다.
 
지난 2008년 2월7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있는 외갓집에서 오전 6시쯤 설날 제사를 지내며 소주를 마신 김씨는 같은날 오전 10시쯤 자신의 차량을 8km 정도 운전하다 신호대기를 위해 정차 중인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이후 경찰서에서 김씨를 상대로 음주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콜농동는 0.114%로 나왔고, 비틀거리는 않았지만 얼굴이 약간 붉고 말을 할때 술냄새가 심하게 난 점 등에 비춰 김씨는 자동차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에 김씨는 "운전면허 없이는 생계유지가 곤란한 만큼 경찰의 면허취소는 재량권을 넘어선 과도한 처분"이라며 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음주운전 예방의 중요성을 들어 김씨의 요구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빈번하고 그 결과가 참혹한 경우가 많다는 점에 비춰보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방지할 공익상의 필요는 매우 크다"며 "김씨가 음주운전한 거리는 8km에 이르고, 김씨가 당일 운전을 할 수 밖에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성묘를 다녀오거나 친지들과 만나 술을 마신 뒤 음주운전자 차량에 동승했다간 운전자에 버금가는 책임을 지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서울에 사는 김모씨는 추석을 며칠 앞둔 지난 2003년 9월 친구인 홍모씨가 음주상태로 과속 운전을 하는 승용차 조수석에 앉아 출근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김씨는 보험사를 상대로 치료비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김씨의 과실도 40% 인정해 보험사로부터 절반가량의 보험금만 받을 수 있었다.
 
운전자가 취한 상태에서 과속으로 운전을 하는데도 운전을 제지하지 않아 사고발생에 이르게 한 책임이 동승자에게도 있다는 것이 판결의 취지다.
 
◇'명절 고스톱' 일시적 오락 혹은 도박?
 
형법 246조에는 도박을 한 사람에게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나 일시적인 오락에 불과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때문에 '일시적 오락'의 범위를 어디까지 해석하느냐를 놓고 법원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
 
법원은 보통 점 100원짜리 고스톱은 일시적 오락행위로 간주해 도박으로 보지 않지만 판돈이 커지거나 친목도모의 목적이 아닐 경우 도박으로 처벌한다.
 
이 외에도 판돈, 도박한 사람의 직업과 수입정도, 시간과 장소, 도박에 건 재물의 크기, 도박자의 사회적 지위 등도 법원이 유무죄를 판단하는데 근거로 활용된다.
 
지난해 서울지법은 점당 300원짜리 탕수육 내기 고스톱을 벌였다면 도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약 10분간 고스톱을 친 점과 판돈 규모를 감안할 때 이는 일시적인 오락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인천지법은 지난 2007년 1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친 오모씨에게 "피고인의 경제사정(기초생활수급자)에 비추어 판돈 2만8700원이 적은 금액이 아니고, 함께 도박을 한 사람 중에는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며 유죄 판결했다.
 
반면 같은 사안에 대해 원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다를 때도 있다.
 
설날 시어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고향에 내려갔다가 친목계 회워들과 고스톱을 친 배씨 등에게 1심과 2심 법원은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앞서 부산지법은 점당 100원씩 걸고 모두 15회 가량에 걸쳐 합계 5만7000원의 고스톱을 친 배씨 등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배씨 등은 이전에도 계모임을 하면서 고스톱을 친 적이 있다. 저녁식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고스톱을 쳤는데, 이 사건 고스톱에 제공된 제물의 가액 등을 종합해 보면 배씨 등의 도박이 오락의 정도에 불과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점당 100원에 압수된 판돈이 총5만7000원에 불과해 배씨 등의 사회적 지위에 비춰 매우 근소한 점, 저녁식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고스톱을 시작했다"며 배씨 등의 행위는 일시적인 오락의 정도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설날연휴 노리는 '빈집털이' 주의
 
명절 때문에 오랜 시간 집을 비우다 보면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빈집털이' 범죄다.
 
법원은 2009년 설날 연휴 '복조리'를 판매하는 것처럼 위장해 주택가를 돌아다니다 빈집을 발견, 잠기지 않은 창문을 열고 들어가 6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백씨 등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혹여 연휴 기간에 금품을 도난 당해도 '아파트 경비업체가 책임지겠지'하는 생각은 금물이다. 경비용역계약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서울고법은 아파트 입주자가 "추석연휴 동안 귀금속 등 고가품을 도난 당했으니 손해를 책임지라"며 아파트 경비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경비업체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아파트 경비용역계약에 '입주자는 현금·귀금속 등 중요 물품의 보관 사실을 경비원에게 알려야 하고 이를 안 지킨 경우 책임지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는 바, 이를 고지하지 않은 원고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꼼꼼하게 경비용역계약서를 확인하고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조상 묘소 관리하려 주변 나무 베면 '벌금형'
 
설날에 조상의 묘소를 찾았다가 분묘를 잘 관리하려고 주변 나무를 베어내면 산림법 위반으로 벌금을 물 수 있다.
 
경북 예천군에 사는 권모씨는 우거진 나무 때문에 봉분에 그늘이 생기자 이를 막기 위해 주변의 나무 37그루를 벴다. 한참 뒤 그는 산림법 위반 혐의로 고소돼 재판에 회부됐고 대구지법 상주지원은 "권씨의 벌목이 산소를 잘 관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점을 고려하더라도 산림법 위반 행위가 명백하다"며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벌목이 필요하다면 산 주인의 동의나 지방자치단체장의 허락을 미리 받아야 하고 이를 어기다 적발되면 산림법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설날연휴는 건조기에 접어드는 시기라 자칫 담뱃불 등의 부주의로 화재나 산불을 낼 수도 있다.
 
이외에도 고속도로 운행 중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차량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입증될 때는 손해액 전액을 배상받기 어렵다. 졸음운전을 하거나 운행 중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 사고가 날 경우에도 운전자의 책임비율이 더 커지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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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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