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식품업계 올해도 '울상'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세계 인구 증가
원재료 상승분만큼 가격 인상 못해 실적 악화

입력 : 2012-01-20 오전 9:27:26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해도 지속적인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식품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세계 인구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비해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자연재해가 매년 늘어 수요가 증가하는데 반해 공급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식량가격지수는 228포인트로 역대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최고치 200포인트보다도 14% 높은 수준이다.
 
다행히 새해들어 밀, 대두, 원당 등 주요 곡물 가격이 지난해 평균 가격에 비해 최대 10% 가량 인하됐지만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지난해 하반기 곡물 가격 상승분이 적용돼 식품업계에 가격 압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 곡물 가격이 인상되면 그 파장이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약 4~7개월 정도 걸린다.
 
이는 국제 곡물 가격이 환율, 국내 수요, 운송기간 등의 영향으로 수입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치가 발생하고 수입 가격 또한 관련 가공 상품 물가에 영향을 주기까지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세계 인구 증가
 
국제 빈민구호 단체인 '옥스팜'은 지난해 5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국제 농산물 가격이 2030년까지 지금보다 120~180%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부유층보다는 빈곤층에 불리하며 선진국보다 후진국 또는 개발도상국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어 세계 농산물 유통구조를 바로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전 세계적으로 홍수, 가뭄 등 각종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기존 패턴과 다르게 예상치 못한 지역에서 재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사전에 대비하기 어렵고 피해 복구에 장기간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의 증가도 곡물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1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26억톤의 곡물이 생산돼 전 세계 인구 1인당 평균 670kg을 소비했다. 하지만 2050년에는 세계 인구가 9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지금보다 13억톤 이상의 식량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인구 증가 속도가 빠른데 이들 국가의 상당수가 곡물 수출국인 점을 감안하면 지속적인 곡물 가격 상승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중국, 인도의 육류 소비 증가와 원유 가격 상승
 
중국, 인도 등 인구가 많은 국가들의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육류 소비가 늘어나는 점도 곡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주요인이다.
 
보통 돼지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4.4kg의 사료가 필요하며 쇠고기의 경우에는 7~10.5kg까지 양이 늘어난다.
 
여기에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이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 생산에 나서는 국가들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식품업계, 원재료 상승분만큼 가격 인상 못해 실적 악화
 
국내 식량자급률이 3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국제 곡물 가격의 상승은 원재료 비용에 전가돼 고스란히 식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곡물 가격 인상분만큼 가격상승을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설탕, 밀가루를 비롯해 라면, 음료, 제과 등 전반적으로 한 차례씩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원재료 상승분에 못 미쳐 업계의 갈증을 풀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이에 업계는 올해 줄일 수 있는 비용은 가능한 줄이고 아끼면서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수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북미 등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한류열풍을 디딤돌 삼아 K푸드를 세계인에게 소개하고 이를 통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식세계화를 실현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식품업계의 최대 관심은 '수출'과 '가격인상'으로 치열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수출에 주력하는 기업들"이라며 "동남아를 비롯해 중국, 중앙아시아 지역에 해외 법인과 현지 공장을 설립해 생산비를 줄이고 현지 문화에 맞는 맞춤형 마케팅을 통해 악화된 실적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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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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