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효과없는 '이란 제재'에 한국경제는 골병

미국 이중플레이 의혹..우리 정부 입장 고려하는 시늉만

입력 : 2012-01-29 오후 1:42:00
[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미국 내부에서도 이란 제재효과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 정부의 곤란한 상황을 악용하고 있다는 게 이번 논란의 핵심 쟁점이다. 그리고 미국이 실효성도 없는 이란제재 카드로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이유가 다른 정치적·경제적 이득을 얻어낼려는 속셈이 아닌가하는 부분도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동맹국 미국의 이란 제재 동참 요구를 뿌리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우리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전면적으로 이란 제재에 동참하기도 곤란하다.
 
더구나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문건에 따르면 미국은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의심을 자아내고 있다.양국간 협의를 보면 미국은 마치 한국의 상황을 고려해줄 것처럼 언급하고 있다. 즉 한국이 처한 입장을 고려해주겠다는 뉘앙스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속앓이'를 하면서 혹시라도 극단적인 상황이 생길까 우려하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밑으로 원유수입선 다변화와 대체선 도입, 호르무즈해협 봉쇄 시 원유수송을 위한 대체항 물색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리고 미국 정부를 향해서는 이란산 원유 수입의 단계적인 감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최대한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줄이기 위해 시간을 끌면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외교통상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부 전문가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 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주미 한국 대사관마저  50% 감축폭과 20~30% 감축폭을 두고 끊임없이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확실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의 고민은 한·미 동맹을 유지하는 동시에 우리 경제에 미칠 타격을 최소화해야 하고, 이란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등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는 데서 생겨난다.
 
◇미국 의중은? 이스라엘 달래기와 중동패권
 
미 의회에서조차 이란 제재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있는데도 미 정부가 우리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에 압력과 호소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대중동정책으로 대표되는 중동안보와 석유안보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장병옥 한국외대 중동연구소장(이란학과)은 미국의 대이란제재 문제를 "'이스라엘-유럽-미국'과 '이란-러시아-중국', '한국-일본-미국' 등 삼각동맹의 패권다툼"으로 진단했다.
 
따라서 이란제재가 실효성을 얻으려면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이란과 밀접한 후견국가의 동참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장 교수는 이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달래기 위해 추가 제재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석유시장 주도권 노리는 경제적 셈법
 
특히, 석유안보를 명분으로 석유시장의 주도권을 노리는 셈법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은 이란 재정의 80%에 육박하는 석유수출을 막아 핵무기 개발을 막겠다고 국제사회의 협력를 요청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발효된 미국의 '국방수권법'은 이란의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어떤 경제주체도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핵을 막기 위해 이란 제재에 나선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이란제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방한한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도 "이란과 북한의 상황은 연결된 문제"라며 우리 정부의 이란 제제 동참을 촉구한 바 있다.
 
즉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이란제재는 '핵문제 해결'에 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정교한 경제적 노림수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박찬기 명지대 교수는 "이란제재로 인해 국제사회가 대체원유 확보를 위해 사우디와 거래할 경우 미국과 가까운 사우디를 통해 미국은 세계 석유수급 조절능력이 높아진다"는 분석을 내놨다.
 
즉, 미국의 세계시장에서의 석유수급 조절에 주목한 설명이다.
 
◇한국 정부 압박, 다른 경제적 이익 '의심'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하는 우리 정부는 고민이 깊다.
 
일단, 쿠웨이트나 아랍에미리트산 원유보다 3~4달러 저렴한 이란산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국익에 손실을 입게 된다.
 
우리나라가 이란으로부터 수입하는 원유는 전체 원유의 10% 내외로 1억 배럴 정도되는데 만일, 다른 도입선으로 옮길 경우, 4000억 달러를 더 지불해야 한다.
 
또, 1973년 오일쇼크 당시 다른 중동국가들은 금수조치를 했지만 이란만 원유 공급을 허용해 준 적이 있어 이란 내 반한 감정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란은 지금 한국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등 한류열풍이 불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미국의 이란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한·미 관계를 깨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가 제재에 동참하면, 조금의 효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엔 슈퍼파워(강대국)들이 정치적,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국방수권법에 의한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이란산 원유의 수입을 '비중있는(significant) 규모'로 줄여야 하는데 이는 70~80%를 의미한다"며 "20~30%만 감축하고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곤란한 입장에 처해있는 한국 정부를 압박해 다른 분야에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한국 경제 상황과 한국 정부의 입장을 감안하지 않고, 미국 일부에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대이란 제재조치를 강행하려는 미국, 그리고 이런 미국을 상대로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주목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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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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