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미국은 '봉이 김선달' 행태를 중단해야

실효성도 없는 카드로 한국 정부 압박, 중단해야
한국 정부도 주권국가 자존심 지키고 진정한 혈맹 대우받아야

입력 : 2012-01-29 오후 1:38:55
미국인들은 잘 모를 것이다. 한국에는 '봉이 김선달'이라는 아주 유명한 '사기꾼'이 있었다.누구나 멀쩡하게 사용할 수 있는 대동강 물을 돈 받고 팔아먹은 희대의 사기꾼이다. 물론 실제로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란 제재를 둘러싼 미국 정부의 행태가 '봉이 김선달'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뉴스토마토가 이번에 단독 보도한 문건에 따르면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킨 미국 의회에서조차 이란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실제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소수의 의견이긴 하지만,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던 오바마 대통령조차 처음에는 이란에 대한 경제적 제재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IMF와 여러 국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이란제재가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유가 급등을 야기해 전 세계가 경제위기에 휩싸일지 모른다는 경고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올해 경제전망이 좋지 않고, 국제적으로 경제 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구촌의 하나의 국가'에 불과한 미국이라는 나라의 이해관계에 전 세계가 휘말려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한국은 더 그렇다.
 
수출비중이 높아서 글로벌 경제위기는 한국경제에 직격탄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에 원유수입 비중은 절대적이다. 거기에 물가는 계속 고공행진이고, 내수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이란에 직접적으로 경제 제재를 하게 될 경우 입게 될 피해는 막대하다. 단순히 원유수급의 문제로 그치지 않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도 최근 몇년간 이란 제재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전전긍긍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속앓이'만 하고 있다.
 
국내 정치적으로도 코너에 몰려있고, 경제적으로도 뭐 하나 속시원하게 풀리는 게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압박은 한국 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혈맹'이라고 하는 한국 정부의 곤란한 상황을 마음껏 이용하고 있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문건을 보면 미 의회 의원들 일부는 한국 정부가 어느 정도의 성의있는 조치를 취하면 국방수권법상 '보유'대상에 넣어줄 것처럼 이야기를 흘리고 있다. 말 그대로 냄새만 풍기고 있다.
 
오히려 지난 17일 우리나라를 방한한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 조정관은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원유수입 감축'을 요구했다. 이건 실효성도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란제재에 한국을 끌어들인 것도 모자라, 한국 정부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외면하는 처사다.
 
그야말로 '봉이 김선달'에 맞먹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친구를 대하는 자세가 아니다. 친구가 처한 곤란한 상황을 도외시하고, 그것도 효과없는 카드를 들고 친구를 압박하는 것은 무례한 처사이기도 하거니와 한국이라는 나라를 친구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부하직원 다루듯이 하는 오만한 행태이기도 하다. 
 
미국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하고 있는 '봉이 김선달'과 같은 행태를 멈추어야 한다.
 
동시에 우리나라 정부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지금 정부가 처한 곤란한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속시원하게 말할 처지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할 말이 많아도 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그렇다고하여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또한 동시에 미국 정부가 만에 하나라도 우리나라를 국방수권법상 예외에 넣어주는 '시혜 아닌 시혜'를 준다면서 반대급부를 요구한다면 단호히 거부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방위력 증강사업을 한다면서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액수의 무기를 사들인다는 계획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마침 외교통상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으로 구성된 대책반이 미국측과 협의를 한다고 한다. 이번 협의에서는 한국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전달하여 진정한 친구로서의 의리를 보여달라고 미국에게 요구해야 한다.
 
당당한 주권국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혈맹이라고 하는 표현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향후 한국과 미국 정부 사이에 어떤 협의를 하는지, 그 과정에서 혹여라도 미국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부당한 경제적·정치적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닌지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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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