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은성기자] 지난해 해외직접투자 거래대금이 유럽발 재정위기로 반토막이 났다. 여기에다 증권사들이 해외직접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해외 증권사와 수수료 배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이익은 가져다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해외직접투자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물론, 다양한 이벤트와 편의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 내 상품이나 종목 수를 놓고 봤을 때 너무 좁은 시장이기 때문에 해외시장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해외직접투자, 증권사 이익 기여도 낮아
31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29억2000만달러로 전년의 57억5200만달러보다 49.2% 줄었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2007년 52억달러를 기록했던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2008년과 2009년 각각 33억달러, 31억달러로 감소한 이후 경기 회복세로 2010년 급증했지만 다시 한번 유럽발 재정위기가 불거지며 지난 2009년 수준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왔던 것.
올해 들어서도 시장 상황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여전해 해외주식 거래는 여전히 늘지 않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지 않은 가운데 해외직접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증권사는 해외에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권리가 없어 현지 증권사에 따로 수수료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통 중계사와 협상하기 나름이지만 보통 5대5, 6대4 수준의 비율로 수수료수익을 배분하고 있다.
가령 오프라인으로 해외직접투자를 할 경우 보통 0.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10억달러 규모의 해외직접투자 매매를 성사시켰다고 하면 해당증권사는 500만달러의 수수료수익을 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것을 해외 중계사와 5대5의 비율로 나누게 되면 결국 250만달러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현재까지 해외직접투자가 증권사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한 수준인 것이다.
◇해외직접투자, 수요 확대는 필연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각 증권사들은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벤트를 실시하는 등 해외주식 매매영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최근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를 인하했다. 유럽 및 아시아는 0.8%에서 0.5%로, 홍콩주식 온라인 거래는 0.35%에서 0.3%로 수수료가 조정됐다. 또 오프라인 거래는 0.55%에서 0.5%로 내렸다.
이와 더불어 고객들이 보유한 미국주식 뉴스를 한글로 제공하는 ‘신한 나이트라인’ 서비스를 오픈했다.
키움증권은 미국주식 영업 2주년을 맞아 일주일간 가장 큰 상승을 보인 종목을 찍은 고객 중 매주 추첨을 통해 상품을 증정하고 미국주식을 처음 거래하는 고객부터 상급자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용법을 안내하는 이벤트를 다음달 24일까지 실시한다.
그 밖에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도 각각 해외주식 매매를 위한 HTS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증권사의 이익 기여도가 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인하는 물론 해외주식서비스 인프라를 갖추는 이유는 향후 그 수요가 늘 것이라는 증권사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한국 같은 경우 주식시장에서 금, 곡물, 원유 등 상품 자체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거의 없는 편”이라며 “800~1000개가 넘는 해외 ETF의 경우 이러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종목들이 많다”고 전했다.
아울러 “자산이 있는 투자자들의 경우 포트폴리오는 구성할 때 해외 쪽 상품을 포함하려는 경향도 있어 해외직접투자는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거래소, 해외 거래소와의 협조관계 필요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해외직접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거래소의 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가 체결한 일본 동경증권거래소와의 교차거래 양해각서(MOU)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해외주식과 관련해서 동경증권거래소와의 MOU체결은 중요하다”며 “거래소간 네트워크가 형성됨으로써 거래비용은 줄어들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해외주식 직접투자와 관련해서 양도세 부분이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었지만 올해부터 양도세 신고가 연 4회에서 1회로 바뀌어서 사정이 좀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해외브로커리지는 중계사를 연계하고 해외 시세를 받는 HTS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든다”며 “거래소가 이번 동경거래소와의 교차거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거래소와도 이러한 교류를 한다면 해외직접투자 시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