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생사를 가를 벼랑끝 위기에 몰려 있다. 불과 2달여뒤 '약가 일괄인하' 정책이 시작되면, 매출대비 상위 10대 제약사들만 올 한해 약 6000억원의 매출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국내 중견제약사의 한해 매출과 같은 규모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제약사들이 살아남을 길은 결국 '신약' 밖에 없다. 주요 제약사들이 올해 오히려 신약 출시와 R&D에 더욱 힘을 집중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위 제약사들은 이 위기를 '글로벌 도약' 원년으로 삼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어려운 환경속에서 연구개발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제약업계의 신약과 신약후보 물질 개발현황과 전망을 몇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최종품목허가를 받은 녹십자의 헌터증후군치료제 ‘헌터라제’.
이 약은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단 1개 치료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약품 중의 하나였다.
녹십자가 올해 하반기 ‘헌터라제’를 본격 출시할 경우, 이 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써 한단계 더 도약할 전망이다.
◇‘헌터라제’, 글로벌시장 50% 이상 점유 목표
헌터증후군은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인 ‘뮤코다당증’의 일종으로 저신장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심할 경우 15세 전후에 조기 사망하는 유전적 희귀질환이다.
세계시장은 약 1조원 규모로, 녹십자는 ‘헌터라제’ 출시 후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웠다.
이성렬 녹십자 개발(R&D)본부장은 “임상을 통해서 현행 약보다 우수한 결과가 나왔다"며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현재 헌터병 치료제 시장이 약 5000억원이고 수년내로 1조원까지 갈 것"이라며 "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 약 개발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에서 런칭되면 50%의 이상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고,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면역글로불린·유전자재조합 등 2개 임상 3상 ‘순항’
녹십자는 ‘헌터라제’ 하반기 출시 이외에도, 현재 면역글로불린과 유전자재조합 등 2개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중인 면역글로불린 ‘아이비글로불린 에스엔’은 2013년 임상을 마치고, 미국FDA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해 2014년 시장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면역글로불린제제 미국 시장규모는 약 28억달러에 이르고 연평균 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면역글로불린제제가 알츠하이머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앞으로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3세대 유전자재조합 혈우병치료제 ‘그린진 에프’ 역시 미국 등 해외에서 임상 3상을 추진 중에 있다.
이성렬 본부장은 “미국이나 선진국에서 임상이 진행될 과제는 모두 8개"라며 "주목할 만한 사실은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이 작년에 3상 임상허가를 받아 진행 중에 있고, '그린진 에프'의 경우 곧 미 FDA의 3상 임상 승인이 나올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R&D 예산 895억
녹십자는 올해 이 같은 임상을 진행하기 위해 총 894억원의 R&D 비용을 투자한다.
특히 2016년까지 20여종의 자체개발 신제품을 국내에 출시하고 미국, 유럽, 중국의 거대 세계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도 녹십자의 이런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균형있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김현태 신영증권 연구원은 “녹십자는 단기, 중기, 장기의 균형있는 과제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했고 '헌터라제', '바이오베터'를 허가 받았다"며 "이 제품들이 하반기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녹십자가 공시한 대로 다국적제약사와 파트너링을 논의 중에 있기 때문에 기술수출 성과도 기대할만 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