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의혹)은행들은 수수료로 최대 120억 챙겨

은행 대출받아야 하는 중소기업, 은행 상대 싸움 버거워
은행들, 수수료로 최대 120억원 챙겨

입력 : 2012-02-08 오후 2:52:08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개인들은 펀드 손실로 금융자산이 반토막났다면 중소기업들은 키코(KIKO)로 천문학적인 피해를 봤다.
 
키코는 2007년에 많이 팔렸고 대부분 2년 만기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2009년 이후부터는 피해가 줄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 6월말 기준 피해 중소기업은 738개사에 확정손실은 3조1569억원에 이른다. 중소기업 한 곳당 42억7000만원의 손해를 봤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자본금 80억원 이하 527개 중소기업의 작년 상반기 평균 순익은 16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키코피해기업은 1년치 평균 순익 이상을 모두 날린 셈이다.
 
◇"중개수수료만 챙겼다"
 
그렇다면 그만큼의 순익을 은행들이 벌어들인 것일까? 은행들은 극구 부인한다. 은행들은 원래 이 상품을 '제로-코스트(Zero-Cost, 무비용상품)'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2008년 국정감사 때 당시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에 의해 은행들이 1년마다 0.2%~0.4%의 수수료를 몰래 받고 있는 사실이 들통났다. 중소기업 피해액 3조원을 생각하면 수수료로 120억원을 챙긴 셈이다.
 
중소기업 피해액 3조원은 결국 해외 IB(투자은행)으로 흘러갔다. 당시 SC제일,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이 키코 판매에 열을 올린 이유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과 해외 IB 사이에서 한국의 은행들이 중개 역할만 한 것”이라며 “은행들도 키코 계약 기업이 도산할 경우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피해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실제 당시 4대 은행 중 한 곳은 “키코로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검찰이나 법원에 의해 사기혐의로 기소되거나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수수료로 거둔 이익보다 더 많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은행들 다 망하게 할 일 있냐"는 말은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 표현이기도 했다.
  
◇불완전 판매 책임 명확  
 
중간에서 다리만 놓아줬다고 해서 은행의 ‘불완전 판매’에 대한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당시 은행들은 환헤지 경험이 없는 수출 중소기업에 “환율 변동의 위험을 피할 수 있다”며 키코 상품을 권유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환율 하락 전망 만을 강조했고, 기업의 손실을 제한하는 조항도 계약에 넣지 않았다. 환율이 오를수록 기업들이 무제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이익은 유한한데, 피해는 무한대로 커지는 ‘비정상’ 금융상품을 판 셈이다.
 
당시 정석현 키코피해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키코는 한국의 장래 환율 급상승을 예견하고, 파생상품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수출 우량중소기업을 목표로 삼아 공격해온 상품"이라고 말했다.
 
은행 스스로 주거래 기업의 보호를 소홀히 한 측면도 있다. 키코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아 결국 거래기업은 물론 은행 스스로도 위험에 빠졌고 막대한 외화만 해외로 빠져나갔다.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는 기업 다수"
 
은행 측의 이러한 ‘설명의무’ 위반 책임에 대해 키코 관련 민사소송에서 일부승소 판결이 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은 키코로 40억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중소기업 세신정밀에 대해 해당 은행인 신한은행이 9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전체 피해액의 1/4에 불과한 수준이다.
 
실제로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언감생심 은행을 상대로 한 소송은 생각도 못하고 부도폐업처리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은행들은 김앤장, 광장, 세종, 율촌 등 대형 로펌에 고액의 수임료를 주고 사건을 맡길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만, 키코사태로 이미 부도위기에 처해진 중소기업들은 법적 대응에 드는 비용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공대위 소속 키코 피해기업 240여개 가운데 2심까지 간 회사는 절반인 120여개에 불과하다.
 
공대위 관계자는 “중간에 항소를 포기한 중소기업들의 경우, 손실금액이 10억 미만으로 작은 경우도 있지만 은행 측의 강요에 의한 경우도 있다”며 “계속 소송을 할 경우 은행 측에서 ‘대출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말해 소송을 포기한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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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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