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의혹)제로코스트 논란, 끝나지 않았다

학계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판결" 비판

입력 : 2012-02-10 오전 11:16:35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 2008년 촉발된 '키코사태(KKIKO)'의 핵심 쟁점인 제로코스트(Zero-Cost) 개념은 검찰과 법원, 학계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사기 혐의로 은행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검찰, 그리고 민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법원은 제로코스트 개념에 대해 각각 다른 설명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학계는 검찰과 법원의 제로코스트 개념을 '잘 모르는 판단'이라고 보고 있다.  
 
법원은 키코 계약시 중소기업에게 계약체결에 드는 수수료가 없는 '제로코스트' 상품이라고 은행들이 속인 점에 대해 "제로코스트는 은행이 취하는 콜옵션과 기업이 취하는 풋옵션의 이론가가 동일하다는 뜻이 아니라 은행이 별도의 프리미엄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은행이 영리기업인 이상 필요 비용과 이윤을 수취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은행감독업무 시행규칙 등에 의하면 파생상품 거래 당사자인 은행은 수수료의 구체적인 규모를 공개할 의무가 없으므로, 은행들이 중소기업들을 기망했거나 이로 인해 중소기업이 착오를 일으켰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는 은행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해석은 법원의 모든 1심과 항소심 재판에서 인용되고 있다.
 
반면 검찰은 제로코스트에 대해 법원과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검찰은 "은행이 취득하는 콜옵션의 이론가를 기업이 취득하는 풋옵션의 이론가에 비해 크게 설계해 그 차액 상당액을 은행이 마진으로 수취하는 구조로 되어 있음에도 '제로코스트'로 표시하여 마치 옵션거래의 대가 지급이 없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외관으로 되어 기업에게 일부 불리하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제로코스트에 대해 콜옵션과 풋옵션의 이론가가 동일하다는 게 아니라 별도의 프리미엄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한 반면, 검찰은 콜옵션과 풋옵션과의 이론가가 동일하다는 걸로 해석한 것이다.
 
이같은 해석을 토대로 검찰은 "'제로코스트' 구조로 인해 기업이 현실적으로 은행에 지급하여야 할 옵션취득의 대가가 없으므로 기업으로서는 키코 계약 체결에 따른 위험성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못하고 이를 과소평가해 콜옵션 조건성취의 가능성을 중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행사환율을 높이고 녹아웃 환율을 낮추는 점에만 주목할 가능성이 큰 점 등을 고려하면 민사사안으로서 계약자체의 불공정성이나 금융거래에서 설명의무 위반의 점 등이 문제될 소지가 있으나 더 나아가 사기죄의 기망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형사적으로 사기죄에 해당한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민사적으로는 '불공정계약이나 설명의무 위반'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불공정계약에도 해당하지 않고, 단지 설명의무 위반만 일부 인정했다. 그것도 일부 기업의 경우에만 그렇다.
 
이같은 법원과 검찰의 해석에 대해 학계에서는 은행이 중소기업에게 키코 상품을 판매한 것은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실제로 실탄이 장정된 총을 파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주인이 초등학생에게 "이 총은 안전장치가 되어 있어 이걸 풀지 않으면 총알은 안 나간다. 안전하다"고 설명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설명이다.
 
오영중 변호사(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금융 파생상품은 한번 잘못되면 중소기업의 경우 바로 파산으로 갈 수도 있어서 일정 규모 이하 기업에게는 위험과 이득, 발생할 수 있는 사건과 그에 대한 손해를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오 변호사는 "키코 자체가 위험한 상품이다. 오발 가능성, 오발로 자신이 다칠수 있는 그런 상품인데 총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키코상품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만큼의 지적능력, 지식이 없는 사람들한테 너무 쉽게 팔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학적 효능도 없는 약품을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판매할 경우 사기죄에 해당하듯이, 엄청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도 이를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판매할 경우에도 사기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파생상품학회 오세경 전 회장(건국대 경영학과 교수)은 '키코가 헤지 상품으로선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오 전 회장은 "환율의 일정구간에 대해서만 헤지가 되고, 일정 구간에 대해서는 오히려 중소기업이 위험을 부담하는 구조라서 헤지가 일부만 된다. 헤지로서는 부적합한 상품을 은행들이 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키코를 판매한 은행들이나,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 모두 '환헤지'용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법원과 검찰은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환헤지용으로 가입한 동기와 의도는 고려하지 않았다.
 
오 교수는 제로코스트 개념에 대해서도 "은행들이 속였다기 보다는 제대로 설명을 안했다. 중소기업들은 별로 신경 안 썼고, 코스트 안들면서 헤지가 된다는 말에 가입한 것"이라며 "엄밀히 따지면 헤지가 안되는 구간이 너무 많아 거기서 일이 터졌다. 이런 걸 잘 모르는 중소기업에게 헤지가 안 되는 상품을 판매한 은행 측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이어 "법원은 키코가 불공정한 상품이 아니라고 했는데 이건 불공정한 상품이다. 은행이 제로코스트 상품이라고 판매를 했는데 엄밀히 보면, 공개된 자료를 살펴보면 제로코스트 상품이 아니라는 게 쟁점"이라며 일방적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오 교수는 "은행은 키코상품에 가입하려던 중소기업이 완전히 알아듣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외국의 경우 거의 법원에서 기업들 손을 들어준다. 잘 모르고 가입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기업도 잘 모르고 가입했다는 걸 인정한다. 이번 키코 판결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10일 공대위에 따르면 키코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201개사가 은행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 중 185개사에 대해 1심 판결이 선고됐으며, 10개사는 소송을 취하했고, 나머지 6개사는 1심 소송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1심 판결이 나온 185개사 중 56개사가 항소를 포기해 129개사가 항소했고, 이중 12개사에 대한 2심 판결이 선고됐다. 현재 11개사가 대법원에 상고했고, 1개사는 상고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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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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