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문재인 바람, 거품인가 실체인가

2040 '호의' 對 60대 '반신반의'

입력 : 2012-02-20 오전 10:35:36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이번에는 국민들 잘 보듬어서 노인들도 공경하고 좀 업어주는 그런 정치를 해주이소"
"어머니 지금 업어 드릴까예? 하하하"
 
문재인이 달라졌다. 망설이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다. 노인정에 인사를 드리러 간 그는 한 할머니의 덕담에 바로 업어드리겠다며 재치있게 응수했다. 유머를 겸비한 모습에선 여유까지 찾아볼 수 있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동행 취재한 것은 지난 17일. 주례동 아파트 단지 일대를 그와 함께 누볐다. 이른바 문(문재인.사상구)성(문성근.북구강서을)길(김정길.부산진을) 3인방이 구축한 낙동강 벨트의 심장부, 사상의 바닥 민심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2040세대라 불리우는 젊은층은 문 상임고문에게 확실히 우호적이었다. 30대의 주부들은 문 고문에게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반색했다. 한 주부는 "저희 또래에게는 꽃중년으로 통하신다. 인기 만점"이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여당 지지성향이 뚜렷한 50대 이상에게는 어떨까. 실제로 1990년 3당합당 이후 영남은 옛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다. 투표에 대한 참여도가 높기까지 한 이들을 공략하지 못하면 문 고문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은 분명하다.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50대의 한 여성은 반신반의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한나라당(새누리당) 당선자들이 그동안 많이 애써줘서 낙후됐던 지역이 상당히 발전 중"이라며 "외부에서 오신 분이, 더구나 당선되면 금방 대선에 나가시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재선거에서 드러난 세대간 대비가 사상에서도 선명히 드러나는 모양새다. 당시 2040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젊은층들은 '나꼼수' 열풍과 함께 박원순 시장의 당선에 큰 힘이 됐다. 반면 60대를 전후한 세대는 나경원 당시 후보가 46%나 득표하는데 일등공신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부는 사전 여론조사의 함정에 대해 경고해 눈길을 끌었다. 여론조사 전화를 받아봤다는 그는 "문 고문이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만 쉽게 믿어선 안 된다"며 "유선전화의 경우 안내멘트를 들으면 그냥 끊어 버리는 어르신들이 많다. 그 분들은 표집되지 않는다. 온라인이나 휴대폰 응답자는 젊은 층이 많아서 야권에 우호적일 수밖에"라고 진단했다. 단순 퍼센테이지로는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 고문 역시 여론조사에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문 고문은 "부동층이 20%가 넘는 상황에서 지금 조금 우세한 건 선거 향배와 관련이 없다"며 "분위기가 좋은 것은 사실이니까 여세를 몰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외부인사로 규정하는 주민의 우려에는 "지역에서 산다고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사상구 차원의 공약도 하겠지만 낙동강벨트를 중심으로 바람을 일으켜 부산 전체를 아우르는 일을 할 수 있는, 지역을 넘는 큰 일꾼"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에서 여전히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정당지지율이 높은 것에 대해선 "지지하는 정당이 달라도 부산에서 큰 정치인 키운다고 생각해 달라"고 호소, 대선주자로서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문 고문의 한 핵심 관계자는 "사상구 지역민들을 모두 만나겠다는 각오로 지역을 돌고 있다"면서 "중앙 정치의 무대에 나선지도 꽤 되지 않느냐. 발로 뛰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지역을 부지런히 다니며 표심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사상에 자리한 문 고문의 선거캠프 빌딩 외벽에는 "바람이 다르다"라고 적혀 있다. 이 바람이 거품인지 실제인지를 판가름할 날도 51일 앞으로 다가왔다. 4월 11일에 그 결과가 공개된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