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전세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지난달 주택전세가격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기 둔화로 실질 소득이 감소하고 있어 전세금 상승으로 가계부채 증가 압력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전세금 상승률12.3%..물가의 3배
20일 한국은행과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전세가격 지수는 105.12로 전년동월대비11.6% 상승했다. 이는 전세 가격지수 통계가 작성된 1986년 이후 26년 만에 최고치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아파트 전세 가격이 전년 대비 15.3% 치솟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3.4%에 비해 오름폭이 3.8배에 달한다. 같은 기간 단독 주택은 4.6%, 연립 주택은 7. 5% 상승했다.
전세가격 상승은 봄 이사철을 대비해 미리 전세를 확보하려는 수요와 신혼부부 수요 등이 증가하면서 공급 물량이 부족한 수급 불균형을 심화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 가격은 지난 2009년까지만해도 연간 상승률 2~3%로 장기평균 증감률인 6.3%를 크게 밑돌며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수 관망세가 심화되면서 2010년에는 7.1% 오르는 등 상승이 본격화했다.
특히, 지난해 유럽발 재정위기까지 더해져 매수 관망세가 더욱 심화되면서 전세가격은 연중 12.3%까지 뛰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 4% 보다 무려 3배 이상 오른 것이다.
월별증가율도 지난해 8월 12.7%, 9월 13.6% 10월 13.6%, 11월 13% 로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전세금이 매매 가격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지난달 주택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56.4%까지 확대됐고, 특히 아파트의 전세가격 비율은 60.2%까지 치솟았다.
◇전세값 상승 가계부채 증가 '주범'
문제는 전세금 상승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대목이다. 경기 둔화로 실질 소득이 물가상승률을 밑도는 상황에서 전세금이 한 번에 큰 폭으로 오르면 이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서민들은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주택금융공사가 신용보증을 해주는 전세자금보증 총 금액은 9조3152억원으로 2010년 5조7668억원보다 무려 61.5% 급증했다. 전세자금보증 이용자 수 역시 2010년 22만3952만명에서 2011년에는 30만5236명으로 36%이상 늘었다.
지난해 본격화 한 가계대출 증가도 전세금 상승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말 예금 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637조9518억원으로 전년대비 8.1% 급증했다.
전세금을 이미 대출로 마련한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여전히 전세금이 계속 오르면 가계가 헤어 나오기 어려운 과다 채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늘어난 가계 대출에서 전세 자금 대출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며 "소득이 적은 가구는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최근 또 다시 전세 가격이 오르고 있어 주춤했던 가계 대출 증가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세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전세 수요를 주택매매 수요로 돌리거나 임대주택과 공공주택 등 전세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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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