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검찰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돈봉투 살포' 사건과 관련, 박희태 국회의장을 19일 공관에 직접 방문해 조사한 가운데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검찰청에 소환조사한 것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09년 '박연차 게이트' 파문 당시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빌린 5백만달러에 대한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소환조사를 했던 검찰이 '현직 국회의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박 의장의 공관을 방문조사한 점은 비슷한 사안을 다르게 처리하는 수사방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노식래 민주통합당 예비후보(서울 용산구 출마)는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고, 대질심문까지 준비하지 않았느냐"며 "예우' 차원이라면 '전 대통령' 신분과 '국회의장' 신분이 얼마나 다른지 검찰 스스로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국회의장 공관 방문조사가 이뤄진 전날에도 "박 의장을 검찰로 소환해 조사할 것을 요구한다"는 성명서를 낸 바 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 역시 국회의장 공관 방문조사는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소환했던 것과는 비교된다며 검찰의 수사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의장은 이날 오전 PBS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검찰이 죽은 권력에 대해서는 강하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약하다는 일반적인 평이 있다"며 "철저히, 공정하게 해서 검찰이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지난 10일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검찰의 박 의장의 수사 여부에 대해 "과거 노 전 대통령도 검찰이 불러서 대질심문까지 시키지 그러지 않았냐"며 "형평의 원칙에 의해서 공정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4월30일 검찰은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 머물던 노 전 대통령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까지 소환해 조사했다.
노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은 대검 청사 주변에는 이날 하루종일 수백명의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고, 방송사들은 헬기까지 동원해 김해 봉하마을에서 서초동 대검청사에 이르는 과정을 중계방송하기도 했다.
또 보수단체 회원들은 노 전 대통령을 태운 버스가 청사로 진입하자 계란과 신발을 던져 버스가 얼룩지기도 했고, 좌측 인도에 자리잡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노무현 죽이기, 보복정치'가 쓰여진 현수막을 내걸고 노란풍선을 손에 든 채 집회를 벌였다
이날 검찰은 안전을 위해 청사 주변에 1300여명의 경찰 병력을 배치했지만, 양측 집회자들이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또한 소환 당일 홍만표 대검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현 변호사)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경과 내용을 기자들에게 직접 브리핑했다.
반면 검찰은 '돈봉투 살포'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된 박 의장에 대한 조사를 하기 위해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국회의장 공관을 직접 방문, 조사를 벌였다. 앞서 국회의장직 사퇴의사를 밝힌 박 의장은 사직서 수리 절차가 남아 있어서 현직 국회의장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현직 국회의장에 대한 예우와 전례를 고려해 국회의장 공관에서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