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국내 최대 대부업체들의 영업정지로 저축은행 등이 대부업체 고객을 흡수하며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지만 해당 기관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주사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상품 판매에 따른 이미지 추락을 우려하고 있고, 기존 저축은행들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여념이 없는 실정이다.
◇지주사 저축은행, '이미지 관리'로 고금리 난색
20일 대부업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와 산와대부(산와머니)가 지난 16일 법정이자율 위반으로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시장에서는 대부업체를 이용했던 고객들이 저축은행 등으로의 이동 가능성을 점쳤다.
때마침 지난해 출범한 우리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지난달 KB, 신한저축은행에 이어 지난 17일 하나저축은행까지 영업을 시작하면서 4대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들이 모두 영업에 들어갔다.
당초에는 지주사 저축은행들의 출범과 대형 대부업체들의 영업정지로 저축은행 시장 과열이 예상됐지만, 대부업체 고객 흡수에 열을 올리는 저축은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들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지주사 저축은행들은 '서민금융', '따뜻한 금융'을 표방하며 저축은행 사업에 뛰어든 만큼 대부업체 고객들을 흡수해 고금리 상품을 판매한다면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며 부담감을 나타냈다.
한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는 타깃 고객층이 다르다"며 "대부업체 영업정지로 흡수할 수 있는 고객이 많지도 않을 텐데 굳이 좀 더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고금리 대출을 한다면 브랜드 이미지만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주사 저축은행 관계자도 "저축은행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기존 고객들에게 예금을 지급하기도 바쁜 만큼 대출업무를 활발히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소액대출 상품을 확대할 계획은 있지만 위험성이 높은 영업정지된 대부업체 고객을 흡수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 브랜드 특성상 고금리 영업을 할 수도 없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저축은행 "가계부채 관리가 먼저"
기존 저축은행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금융당국이 적기시정조치가 유예된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자 저축은행 업계는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때문에 소액대출을 활발히 해오던 솔로몬, 현대스위스, HK 등 상위 10대 저축은행마저 신용대출을 늘리기 보단 연체율 관리에 주력하고 있어 대부업체 고객 흡수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부업체 영업정지로 앞으로 신규대출을 받지 못하는 고객들이 우리 쪽을 찾는다면 최대한 받아줄 수 있도록 노력은 하고 있다"면서도 "소액대출 확대를 위한 신상품 출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가계부채 증가 등의 문제로 (대출에 대한) 내부 심사 기준이 오히려 강화됐다"며 "대부업체 고객 흡수를 위해 심사 기준을 완화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부업체, 소송으로 '시간 끌기' 나설 듯
대부업체는 소송으로 영업정지 유예를 위한 시간 끌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러시앤캐시 관계자는 이미 소송과 관련해 "행정상의 영업정지 처분과 함께 형사상 처분이 동시에 진행돼 행정처분 수용이 자칫 형사상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행정소송을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부금융업계에 따르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대부업체들은 이번 주 중으로 영업정지 행정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낼 예정이다.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영업정지가 유보돼 본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사실상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
또 본 소송에 들어가면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1년, 길면 2년 이상 걸릴 수 있어 대부업체들은 행정 소송으로 최대한 시간을 끌 것으로 전망된다.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부업체 4곳은 내달 5일부터 신규대출 등 일체 영업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