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저축은행 비리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정치인들이 검찰에 줄소환 되며 은행장들의 말 한마디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은행장들이 정치인들의 저승사자가 된 셈이다. 여의도에서는 '밤새 안녕'이라는 웃지 못할 안부 인사가 오가고 있다는 게 정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근 줄줄이 소환되고 있는 정치인들은 특히 '유동천 제일은행 은행장(71·구속기소)-전·현직 실세 정치인'이라는 교집합으로 묶여있다.
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지난 13일 김택기 전 민주당 의원(62)을 소환조사한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유 회장으로부터 18대 총선이 있던 2008년 김 전 의원에게 수천만원의 불법자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검찰은 또 지난 11일 정형근(67) 전 새누리당(전 한나라당) 의원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유 은행장이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정 전 의원에게 네차례에 걸쳐 1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함에 따라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정 정 의원을 불러 금품 수수 경위를 수사한 뒤 돌려보냈다. 정 전 의원은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도 소환해 조사했다. 이 전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이던 2009년과 2010년 유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 역시 유 회장의 진술에서 나온 것으로, 유 회장은 "특별한 대가를 바란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수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 전 지사가 소환조사를 받던 날 검찰은 유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이화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영장청구를 기각했다.
박배수 이상득 국회의원 보좌관(45)과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72)도 유 회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거액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
박 보좌관은 유 회장으로부터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에게 저축은행 규제·감독 완화 등을 청탁해준다는 명목으로 6회에 걸쳐 모두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으며, 김 이사장 역시 유 회장으로부터 박 보좌관과 같은 청탁을 받고 11회에 걸쳐 총 4억 2000만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유 은행장이 불러들인 정치인들은 주요 인사만 벌써 여섯명이지만 줄소환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검찰 안팎에서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정치인들도 없지 않다. 이달 초 새누리당 윤진식 의원이 2010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유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무소속 최연희 의원도 2008년 18대 총선 전 유 회장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