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류설아기자] 국내 베이커리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CJ(001040)푸드빌의 뚜레쥬르가 '양다리 걸친 뽀로로'를 두고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뽀로로' 캐릭터 사용권이 2011년 해당 케이크 제품으로 높은 매출을 올린 뚜레쥬르에서 계약 만료된 지난 1월말 이후 3주만에 경쟁업체인 파리바게트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사는 어린이들에게 '뽀통령(뽀로로+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캐릭터여서, 불편한 속내를 감추고 오히려 서로 응원하는 아이러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22일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에 따르면 SPC그룹 파리크라상의 대표 베이커리 브랜드인 파리바게뜨는 최근 인기 애니메이션 '뽀로뽀로 뽀로롱' 제작사인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지난 2011년 뽀로로 케이크를 비롯해 해당 캐릭터 제품에서 전년대비 40% 이상 매출 상승을 기록했던 CJ푸드빌 뚜레쥬르의 계약 만료 기간이 끝난 3주만의 일이다.
뽀로로 선점에 실패했던 파리바게뜨로선 '뽀통령'을 섭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캐릭터 제품 출시뿐만 아니라 뽀로로를 활용한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 등을 조건으로 라이센스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뽀통령 모시기에 성공(?)한 파리바게뜨는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뽀로로 캐릭터 라이선스 계약 체결' 소식을 알리며 향후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 출시와 사회공헌 활동 방향 등을 밝혔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경쟁사의 캐릭터 제품이었지만 워낙 인기있는 '국민' 캐릭터여서 적극 섭외했다"며 "앞으로 뽀로로가 가진 철학을 알릴 수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적극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뽀로로 이적(?) 소식에 언론의 이목이 집중된 곳은 파리바게뜨가 아닌 뚜레쥬르였다.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뚜레쥬르가 선보인 뽀로로 캐릭터 케이크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의 뽀로로 라이선스 계약 보도자료 발표 후 빗발친 언론계 문의에 곧 '뚜레쥬르, '뽀로로 테마파크' 제휴 이어 가'라는 제목의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를 통해 뚜레쥬르는 케이크에 한해 뽀로로 저작권 사용 계약은 종료됐지만 뽀로로 테마파크와 관련해 제휴 관계를 맺고 있음을 강조했다.
'뽀통령'을 포기할 수 없는 뚜레쥬르 측의 속내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뚜레쥬르는 또 "뽀로로 대신 내세운 캐릭터 활용 제품군 '로보카폴리'가 기존 주력 케이크보다 3배 가량 높은 판매 실적으로 기록하고 있다"며 뽀통령의 경쟁자인 '폴총리(폴리+총리)'를 내세웠다.
뚜레쥬르의 한 관계자는 "뽀로로가 베이커리 업계에서는 자사가 함께 성장한 캐릭터여서 바로 경쟁사로 가서 좀 속상하다"면서도 "하지만 대타로 세운 로보카 폴리가 더 넓은 어린이 소비층을 확보한 캐릭터"라고 전했다.
그는 또 "뽀로로가 지속적으로 잘 돼야 당사에도 도움이 되는 상황이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을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베이커리 업계 한 관계자는 "뚜레쥬르의 뽀로로 라이선스 계약 만료 시점에 많은 업체가 뛰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끝내 국내 대표 라이벌 업체가 연이어 뽀로로를 나눠 가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업계에서 한 브랜드의 광고모델은 계약 만료 후 일정 기간 유사 업종 모델이 될 수 없다는 조건이 보편적"이라며 "사람이 아닌 캐릭터지만 양사 모두 뽀로로를 공유하는 것에 불편한 입장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