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저를 격변기의 한국 방송통신산업 발전을 위해 정성을 다했던 열정적인 선배로 기억해 주길 바란다"는 말로 직을 내려놓았다.
지난 달 27일 사퇴 의사를 밝힌 지 한 달 가까이 지난 22일 오후, 최 위원장은 조촐한 퇴임식을 열고 지난 4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지난 4년간의 생활은 보람차고 행복했다”며 “IPTV 가입자가 3년이 채 안돼 400만 명을 넘어서며 유료방송시장에 안착했고, 전국적 광대역 통합망 구축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으며, KT·KTF 합병과 LG3사의 합병 등으로 통신업체들이 대형화되고, 시장에서 경쟁체제가 마련된 일” 등을 성과로 하나씩 꼽았다.
최 위원장은 이어 “방송산업 역시 새로운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 홈쇼핑 사업자를 선정하고, 최근 미디어렙법의 국회 통과로 광고시장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는 등 방송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며 “이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저는 ‘변화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방통위를 향한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사실 우리 위원회는 출범 때부터 이런 저런 비판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그래서 정책 추진을 하려할 때 더욱 신중하려 했고, 그만큼 정책 결정에 힘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겠다”며 “한국의 ICT와 미디어 산업은 주춤거릴 여유가 없고, 시시비비에 휩싸여 시간을 허비하거나, 쓸데없는 일에 정력을 낭비해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후임으로 내정된 이계철 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격려성 발언도 했다.
최 위원장은 “특히 후임위원장으로 내정된 분은 한국 ICT 발전의 주역으로, 여러분의 선배라고 알고 있다”며 “떠나는 저 역시 마음 든든하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합쳐 지난 2008년 출범했고 최시중 위원장은 초대 위원장과 2기 위원장을 지냈다.
방송과 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거대 기관의 장이자 대통령의 멘토로서 권력의 정점에 섰던 그이지만, 되레 권력을 좇아 음성적으로 활개 친 비리 의혹 속에서 이날 불명예 퇴진하는 또 하나의 기록을 남기게 됐다.
최 위원장은 이날 감정에 북받친 듯 퇴임사를 읽으면서 내내 눈물을 쏟았다.
퇴임식을 마친 뒤엔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후배’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모두 열심히 행복한 생활 하도록” 바란다고 했고, “(앞으로) 눈물 흘릴 일들 없을 것 같다. 웃기만 하고 살 것”이라는 바람도 표했다.
하지만 ‘최시중 방통위’로 기록될 지난 4년 방통위 행적과 관련, 기자후배들의 평가는 냉정한 게 현실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최 위원장을 뇌물공여죄로 검찰에 고발했고,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정돼 수사가 진행중이다.
최 위원장은 퇴임사에서 “이제 정말 여러분과 헤어질 시간이 된 것 같다”며 “대학에 입학해 서울에 올라온 이후 50년이 넘게 광화문을 떠나본 적이 없는데, 이제 광화문을 떠날 때가 가까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