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김종훈, 한미FTA 설전

MB 반격 '도화선' 작용.. 찬반 전선 불가피

입력 : 2012-02-23 오전 10:54:44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설전을 벌였다.
 
3월 15일로 발효가 확정된 한미FTA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반대하는 야권 인사 대부분이 참여정부 때는 지지했으면서 이제와 말을 바꿨다고 질타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유 대표와 김 전 본부장은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문제를 놓고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실로 첨예한 대립이 펼쳐졌다.
 
김 전 본부장이 먼저 "요즘 한미FTA 폐기를 주장하는 야당 지도급 인사들 사진이 많다"며 "그런데 그분들이 저하고 찍은 사진이 무슨 반대다, 폐기다 하는 그런 살벌한 사진들이 아니라 당시 협상대표였던 저를 격려·성원하는 사진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참 강산은 유구한데 사람은 변하는구나 그런 걸 느낀다. 특히 지도급에 계신 분들은 남에게 신뢰를 준다거나 신뢰를 지킨다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유 대표는 "김 전 본부장님 앨범에 제 사진은 없을 것이다. 같이 사진 찍은 적이 없다"며 "(여럿이 찍었다는 말에) 누가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을 바꿨다고 이명박 대통령께서 하셨는데 말만 바꾼 게 아니고 의견을, 견해를 바꾼 것이다. 그러니까 생각이 변하지 않는 가운데 무슨 이익을 위해서나 위기를 모면하려고 말을 바꾼 게 아니고 한미FTA에 대한 판단을 바꾼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대표는 "그래서 말을 바꿨다는 표현보다는 판단을 바꿨다고 말하는 것이 맞다"며 "이렇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 시대 상황의 변화나 한미FTA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의 변화가 국민들 속에서도 있었고, 그것이 정치인들로 하여금 판단을 바꾸게 하는 데에도 작용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전 본부장은 "판단을 바꿨다고 하시는 부분에 사실 교역은 우리 경제에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한미FTA도 벌써 2000년 칠레부터 시작해서 10년이 넘은 정책아닌가. 그 성과가 지금 있다. 그렇다면 요즘 복지나 분배로 이야기들이 되지만 결국 이런 쪽에서 성장을 만들어야 복지나 분배도 가능하다. 한 3, 4년 흐르면서 판단을 바꿀 만한 그런 건인가? 그렇게 판단하셨다면 정말 오판"이라고 꼬집었다.
 
유 대표는 "견해를 바꾼 것은 사실이지만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이나 김 전 본부장의 경우에 처음에 이 문제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의 부정적인 태도 때문에 재협상 이야기가 나왔을 때 재협상은 안 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나? 그런데 대통령도 그런 말씀을 하시고 하셨지만 미국이 완강하니까 한미FTA를 아예 폐기하느냐, 아니면 자동차분야의 미국적 요구를 받아주면서라도 이걸 해야 되느냐를 고민하다가 결국 재협상한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했던 이야기하고 비교해서 표현이 달라진 걸 시비걸 것이 아니라 2006년, 2007년에 협정을 합의할 당시와 지금 사이에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국제통상질서의 변화 또는 현대자본주의를 바라보는 세계인의 시각변화, 그리고 한미FTA 같은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전세계적인 생각과 여론의 변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처럼 느껴졌던 2006~2007년과 미국식 자본주의가 거의 파산지경에 왔다는 것이 널리 인식된 2010~2011년 사이에는 이런 문제에 대한 판단을 국익을 생각하면서 바꿀 수도 있는 중대한 환경변화가 있었다"며 "김 전 본부장께서는 우리 경제 구조의 변화가 없으니까 그때의 판단이 옳다는 것 아닌가. 도덕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김 전 본부장은 "큰 흐름을 볼 필요가 있다"면서 "요즘도 국가를 대표하는 각료들이 모이면 국제, 그러니까 국가간의 교역은 늘 확대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다음에 상품의 이동이나 투자의 이동은 보다 이원화되는 것이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 하는 논의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전 본부장은 "제가 어디를 가서 어떤 회의를 하더라도 교역의 장벽을 조금 더 올려보자든가 상품의 이동을 좀 막아보자는 그런 논의는 있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말에 유 대표는 "누구를 만나면서 사느냐의 차이"라며 "김 전 본부장께서는 거의 비슷한 분들을 만나시는 것 같다. 한미FTA와 같은 양자간 협정, 단순히 관세장벽을 낮추거나 없애는 문제 뿐만 아니라 두 나라의 사회 제도를 접근시키도록 만드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는 자유무역협정에는 이걸 찬성하거나 또는 이런 흐름이 시대적 대세라고 생각하는 분들, 또 이익을 보는 분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고 맞섰다.
 
그는 "그런 분들을 만나면 이런 게 좋다고 얘기를 한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저도 국가간 교역량의 확대라든가 또는 관세장벽을 낮추는 문제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며 "한미FTA를 반대하는 쟁점을 보시면 이것이 관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제도를 미국식으로, 말하자면 강제로 접근시키는 이런 조항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본부장도 "신자유주의에 대한 문제제기가 되고 있지 않느냐는 그런 말씀이 계셨는데 요즘 따뜻한 시장경제, 이런 이야기를 한다"며 "그래서 시장경제의 흠결이 있지만 시장경제를 조금 더 따뜻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 있겠느냐, 이런 논의는 많이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거기에 무슨 흠결이 나타나고 문제가 있다고 해서 시장경제 자체가 부인이 되거나 이럴 수는 없는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아울러 "의료서비스가 무너진다는데 우리 의료서비스는 사회적 보험서비스라서 협정경영에서 아주 배제한다고 되어 있다"며 "아무리 생각이나 이념이 다르더라도 이렇게 적시되어 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좀 받아들이고 겸허해질 필요가 있지 않나"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문제를 자꾸 이념 차이나 이런 걸로 몰고 가면 안 된다"며 "한미FTA를 폐기하자는 게 시장경제 하지 말지는 얘기도 전혀 아니다. 이걸 확대하기 시작하면 배우자가 마음에 안 든다고 무조건 이혼하냐 이런 식으로까지 연결되는데, 논쟁을 위한 논쟁을 하지 말고 이 문제의 실체를 봐달라. 걱정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지 미국과의 교역을 나쁜 일로 본다든가 해서 그런 건 아니다"고 대응했다.
 
그는 "발효까지 지금 합의가 됐으니까 이걸 폐기하겠다고 얘기를 해야 미국이 폐기가 싫으면 다시 협의를 할 것"이라며 "어느 한쪽이 협정을 종료하겠다고 서면통보하면 180일 후에 종료되게 되어 있다. 서면통보할 경우 협의요청을 하면 협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절차에 따라서 우리 쪽의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제가 보기에는 재협상의 문제는 미국이 응해 줘야 할 수 있다"며 "우리쪽이 아무리 재협상, 재재협상을 하자고 해도 미국 정부가 이미 발효된 것 싫다고 하면 못한다. 재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한미FTA 조항에 따라서 협정을 종료하겠다고 서면통보를 해야만 협상이 시작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폐기입장을 세우는 것이 재협상을 위해서 기본"이라고 보탰다.
 
이와 관련해 김 전 본부장은 "우리가 해방 이후에 정부를 구성하고 양자조합을 맺은 게 지금까지 2200개고 다자조약이 600개"라며 "일방적으로 폐기한 사례가 없다. 특히 이렇게 국가간 FTA가 300여개가 넘는데 그게 운영되면서 일방적으로 폐기한 사례, 통보된 사례는 전혀 없다. 그래서 이게 굉장히 독특한 케이스가 되고 아주 이례적인 사안이 될 것이다. 거기에 대한 것은 상당히 책임있게 행동을 해야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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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