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금융당국이 상호금융기관 및 보험사의 대출에 대해 사실상 총량 규제에 나서면서 서민들이 '사금융'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금융당국이 26일 발표한 제2금융권 가계대출 보완대책에 따르면 상호금융기관의 예대율을 80% 이내로 운용토록 규정했으며, 예대율이 업계 평균을 초과한 곳은 2011년말 예대율 수준을 유지토록 했다.
상호금융기관의 2011년말 예대율은 69.4%로 낮은 수준이어서 사실상 신규대출을 규제하는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금융국장은 “엄격한 규제에서 보면 총량규제는 아니지만 증가속도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금융 신규대출 쉽지 않아
현재 예대율이 80%를 넘는 상호금융기관도 전체의 14%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들은 2년안에 예대율을 80%를 맞춰야 한다.
정 국장은 “대상 회사가 어느 정도 부담 가지면서 (가계대출 관리를) 추진하는 모양새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일시상환 거치식 대출, 다중채무자 대출 등을 고위험대출로 분류하고 과다한 조합에 대해서는 충당금 추가 적립 및 중점검사 등 건전성 관리를 강화했다.
특히, 올 3분기부터 신규 고위험 대출의 경우 충당금 적립기준이 상향 조정된다. 정상, 요주의, 고정으로 분류된 대출에 대한 충당금 적립 기준에서 20%가량 더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조합원에 대한 연간 신규대출 한도를 연간 신규대출 총액의 3분의 1로 일원화했다.
현재 농협의 비조합원 대출한도가 신규대출의 2분의 1, 수협은 대출한도가 없었다.
이 밖에 건전성 관리 차원의 상환능력을 확인하는 등의 대출심사 관행을 개선하고. 자산건전성 및 대손충당금 기준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보험사의 가계대출도 크게 상승하고 있어 가계대출 건전성 규제기준을 은행과 동일하게 상향 조정했다. 정상은 0.75%에서 1.0%, 요주의는 5%에서 10%, 회수의문은 50%에서 55%로 충당금 적립 기준을 올렸다.
상호금융 한 관계자는 “사실 대출 총량규제를 하는 것과 다름 없다”며 “예대율 제한과 건전성 기준을 강화되면 신규대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의 위험기준자기자본(RBC) 신용위험액 산출할 때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위험계수도 상향조정했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현행 1.4%에서 2.8%로,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은 1.4%에서 4.0%로 올렸다. 이 기준은 신규대출에 우선적용하되 기준 대출은 은행권과 동일하게 차환될 때부터 적용했다.
◇사금융 풍선효과 우려..대책은 '글쎄'
그러나 금융당국은 상호금융이나 보험사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고객들이 사금융으로 몰릴 가능성을 예상하면서도 관련 대책은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정 국장은 “(정책추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신용도가 떨어지는 금융기관으로 이용하는 수요가 생기는 것은 일정 부분 인정한다”며 “정책당국이 생각해야 할 것은 우선 금융기관의 전반적인 건전성 추구”라고 말했다.
금융위가 풍선효과를 흡수하기 위한 대안으로 내놓은 서민금융 추진 방안에 대한 실효성 의문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소금융과 관련된 대책은 올 상반기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며 햇살론은 대환대출에 대한 보증지원비율을 95%로 확대했다.
하지만 미소금융의 경우 획기적인 서민금융지원 강화 방안을 내놓기 쉽지 않은 상황이며 햇살론은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책금융이라고 하지만 업계에서 움직여야 하는 상품”이라며 “모두 부실위험이 높아 100% 보증이 아닌 이상 쉽게 뛰어들 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고재인 기자 jik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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