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앵커: 전국 주유소 휘발유·경유·등유·LPG 판매가격 모두 오르고 있습니다. 또한, 두바이유는 3년6개월만에 120달러를 경신했습니다. 연일 기름값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서민들만 주름이 깊어지고 있는데요. 이 상황에서 정유사는 서민들과 정부의 눈치만을 보고 있고,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산업부 윤성수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윤 기자, 전국 주유소 휘발유값이 어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요. 오늘은 어떤가요.
기자: 전국 주유소 휘발유값은 이틀 연속, 서울 휘발유값은 3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기름값이 오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오늘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 보다 리터당 2.24원 오른 1996.06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날에 이어 연일 사상 최고치 경신입니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다음주 전국 휘발유값 2000원 돌파도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서울지역 휘발유 평균가격 역시 전날 최고가를 또 다시 경신했습니다.
또한 이미 경기, 인천, 대전, 제주 지역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0원 선을 넘었습니다.
앵커: 휘발유값 상승세가 무섭군요. 이어 경유, 등유, LPG가격 역시 오르고 있죠.
기자: 휘발유뿐만 아니라 자동차용 경유값도 지난달 15일 이후 거의 매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이 주로 쓰는 난방용 등유는 이날 1393원을 넘어 최고가 행진중입니다.
또한 중동발 악재로 액화석유가스인 LPG 공급가격 인상이 예고돼 있어, 다음달 최고가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이에 택시기사와 장애인 등의 가스차량 운전자들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국내 휘발유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그리스 재정 긴축안 통과, 유럽 6개국에 대한 이란의 원유수출 중단 등으로 국제 유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석유공사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국제원유의 수요-공급, 환율 모두 국제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며 "1~2주 정도 뒤 반영되는 싱가포르 현물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한동안 국내 기름값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특히, 국내 기름값에 연동되는 국제유가도 고공행진 중입니다. 두바이유는 특히, 3년 6개월만에 120달러를 경신했는데요. 움직임이 어떤가요.
기자: 현지시간으로 어제 거래된 두바이유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80달러 오른 120.22달러에 장을 마쳤습니다.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 2008년 8월4일 이후 처음입니다. 두바이유 가격 상승으로 국내 기름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도 일제히 올랐습니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보통휘발유 값은 배럴당 0.14달러 오른 131.48달러를 기록했으며,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1.55달러 상승한 107.83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업계는 "핵 개발을 둘러싸고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자칫 원유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높기 때문"이라며 "최근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협상의 타결에 따라 글로벌 경기 회복과 원유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도 국제유가 상승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 정유업계와 정부의 반응이 궁금한데요.
기자: 서민들의 기름값 부담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정유사들은 지난해처럼 또 다시 기름값 인하 압박에 직면할까 긴장하고 있습니다. 정유사들은 지난해 정부의 압박속에 3개월간 휘발유가격을 리터당 100원씩 인하했지만, 2분기 영업이익 급감과 자영주유소들의 반발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정유사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이를 국내 석유제품 공급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마진율이 오히려 떨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국제유가에 연동되어 국내 기름값이 결정되는 만큼,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 인하가 가장 큰 효과를 볼 것"이라며 "지난해처럼 기름값 할인 압박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 그럼, 정부의 유류세 인하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기자: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기름값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고 세수만 줄어든다"며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정부의 단호한 태도는 원유 값이 급등하는 와중에 유류세를 인하해도 주유소 기름값 인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2008년의 유류세 인하 경험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최근 박주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란 제재 등으로 국제유가가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서민과 중소기업의 부담이 크다"며 "정부가 유류세 10%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소비자시민모임 석유감시단은 "지난해 유류세 분석 결과 2010년보다 1조원 가까이 더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며 "유류세를 낮춰 주유소 판매가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당분간 유류세 인하 대신 알뜰주유소 확대, 비축유 방출 점검 등의 대책을 쓸 계획이라고 합니다. 다만, 알뜰주유소 출범 후에도 기름값 인하 효과는 커녕 주변 주유소들의 불만만 계속 터져나오면서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름값이 폭등할 경우 유류세 인하 논쟁은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