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야권연대가 안개정국으로 치닫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26일 서울 대방동 여성프라자에서 총선후보자 전원회의를 소집해 협상 결렬의 책임이 민주통합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지금은 스스로의 힘을 믿고 헤쳐나가야 하는 때"라며 "자력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결의해야 할 시점이다. 진보의 미래를 위해서 긴 호흡으로 갈 것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전국적 차원의 야권연대를 만들기 위해서 인내하고 대화해 왔으나 지금 우리는 헌신과 진심이 농락당하는 참기 어려운 순간에 와 있다"며 "국민들께서 바라는 전국적 차원의 야권연대는 더 이상 논의가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단히 가슴아프고 고통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1야당 민주당이 대의를 저버리고 당리당략에만 매달려 왔다"며 "지난 2년 동안 야권연대에 대한 희생과 진심을 민주당의 많은 분들이 깊이 이해하시고 진전된 논의를 하실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금은 연대에 대한 이해와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이 있었다면 아마 지금쯤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시대는 진보의 가치로 가고 있다"며 "이를 분명히 하고 국민들 속으로 파고들면 19대 국회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는 우리의 목표를 신임 조준호 공동대표님을 비롯해 더욱 마음과 힘을 모아 헤쳐나가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이정희 대표의 말씀에 동의한다는 전제 위에서 하나만 추가하겠다"며 "정권교체와 정치혁신 그리고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비롯해서 우리 사회 속 최소한의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대의"라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이 대의를 위해서는 상식에 입각한 야권의 연합이 필요하다"면서 "지난 열흘 정도 민주당이 보인 태도는 대의에 대한 외면이고 상식에 대한 거부"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대의를 대놓고 무시하는 사람은 없다"며 "민주당의 현재 상태는 개별적 이익에 대한 욕망이 책임을 뒤덮어 누구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비극적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1987년 6월항쟁으로 시민세력과 노동세력이 분리된 후 제 마음이 참 불편했다"며 "당시 한나라당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죽기살기로 열린우리당을 위해 싸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몹시 마음이 불편했다"고 회고했다.
유 대표는 "오늘 우리는 매우 불안한 상황이지만 저는 마음이 참 편하다. 있어야 할 곳에 있다는 생각"이라며 "지금 어려워도 매우 당당하게 싸워나갈 수 있다. 좁게는 저와 함께 참여당에서 온 동지들은 다시 말씀드리지만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에게 빚지고 간 것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 빚을 꼭 갚아야 된다는 생각에 여기에 있다"고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비정규직 해결, 한미FTA 폐기 등 이런 문제들이 빚을 갚는 것"이라며 "민주당에 물어보고 싶다. 계승하려면 자산과 부채를 모두 다 계승하시길 바란다. 지금 태도는 참여정부가 남긴 자산만을 독식하려는 태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 대표는 "한미FTA 폐기에 대해 매우 불투명한 자세를 보이는 것, 대기업 재벌에 대해서 어떤 전투적인 자세도 취하고 있지 않는 것들은 민주당이 세상을 바로잡고 국민의 행복과 정의를 세우는 일보다 그냥 새누리당에 빼앗긴 권력을 되찾고 싶은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심상정 공동대표는 "야권연대라는 대의에 복무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결심이 국민들 속에 더 깊이 다가가지 못하는 안타까움, 이것이 우리 후보님들께 가장 괴로운 대목이 아닌가 한다"며 "사실 진보정치를 시작한 이후 소수정당으로서의 한계와 설움을 늘 겪어왔다"고 토로했다.
심 대표는 "오직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고,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고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복지사회를 만들기 위한 일념으로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며 "앞으로도 걸어갈 것이다. 분명히 확인하건데 척박한 땅에 씨앗을 뿌리고 땅을 갈고 농사를 지어왔던, 미래에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 모든 것을 걸고 애써왔던 우리들은 미래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은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당에는 성찰을, 통합진보당에는 뜻을 실현할 힘을 요구하고 있다"며 "결렬이라고 하는데 그 말을 쓰지 말자. 국민들이 민주당에게 준 성찰의 기회였다"는 견해를 냈다.
그러면서 "성찰도 힘을 나누는 것도 거부했다. 우리가 서로 결렬시킨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국민의 뜻을 거부한 것"이라며 "야권연대의 주인은 국민이다. 이제 국민들이 야권연대를 통해서 실현하고자 했던 새로운 대한민국의 꿈을 통합진보당이 떠매고 가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더 이상 거짓과 사기로 점철된 정치세력들이 준동할 수 없도록 단단하게 동여매고 나아가자"면서 "국민들이 원하고 필요한 곳에 나서서 필요한 일, 원하는 일을 해내자. 통합진보당의 이름으로 거침없이 국민들 속에 들어가 승리를 쟁취하자"고 분위기를 돋웠다.
한편 통합진보당은 전원회의에 앞서 한미FTA 폐기 서약식을 가졌다. 후보자들은 "한미FTA 폐기하자, 결의한다"는 구호와 함께 피켓을 높이 들었다. 이민원 광주 남구 예비후보와 정호진 서울 영등포(을) 예비후보는 결의문을 낭독했다.